"대부업 접으라니"…대부업계, 저축은행 인수 딜레마
2013-09-23 16:51
대부업계의 저축은행 인수 딜레마 [사진=SBS 모닝콜 뉴스 방송 영상 캡쳐] |
저축은행 인수 조건이 워낙 까다로운데다, 대부업체에 대한 대출까지 원천 차단돼 인수 계획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2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등록 대부업체 중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이 500억원 이상인 곳은 10개, 1000억원 이상인 곳은 6개다.
대부업체별 자기자본은 대부업 브랜드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가 9166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산와대부(7531억원), 리드코프(1479억원), 웰컴크레디라인대부(1414억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인 이들 대부업체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유력한 저축은행 인수 후보로 거론돼 왔다.
에이앤피아낸셜대부와 웰컴크레디라인대부는 적극적으로 저축은행 인수 희망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감독 당국이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기준에 각종 금지 조항을 달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사실상 대부업을 중단해야 하는 데다, 저축은행을 인수해 자금 조달금리를 낮추려던 당초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 승인 기준이 너무 엄격해 인수를 추진하려던 대부업체들이 고민에 빠졌다”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저축은행을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가 지난 17일 발표한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허용 방안에 따르면 저축은행을 인수한 대부업체는 신규 영업을 최소화하고, 대부잔액을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의 경우 저축은행 인수 시 개별법인 계열사인 미즈사랑대부, 원캐싱대부까지 같은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금융위 중소금융과 관계자는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와 미즈사랑대부, 원캐싱대부가 하나의 그룹이라고 본다면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한 쪽은 대부업을 축소하고, 나머지 계열사의 영업을 확대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그룹 차원에서 3개 계열사를 합쳐 신규 영업 및 대부잔액 축소 규모를 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주주 신용공여한도와는 별도로 계열사는 물론 대부업체 전체에 대한 대출을 금지한 점도 대부업체들이 그린 밑그림과 다르다.
대부업체들은 저축은행 인수 이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를 동시에 운영하고, 계열 저축은행에서 자금을 차입해 조달금리를 낮출 계획이었다.
최윤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 회장은 앞선 6월 20%대 금리 인하안 발표 당시 적용 대상이 일부 고객층으로 한정된데 대해 “더 많은 고객에게 혜택을 드리고 싶지만, 저축은행 인수가 성사되지 못해 한계가 있었다”며 “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모든 신규 고객에게 30% 미만의 금리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제도권 금융으로 진입하려던 대부업체들은 백지 상태에서 인수의 득실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고객의 신용등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금융감독 당국은 20%대로 못을 박아 손해가 불가피하다”며 “저축은행을 인수하더라도 자리를 잡을지 장담할 수 없는데 기존 대부업까지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인수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