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체포동의안’ 가결될 경우, 헌정 사상 12번째
2013-09-02 17:55
새누리, 표결 대비 소속 의원 전원 비상 대기령<br/>이석기, 민주 의원들에 ‘친전’ 돌리며 구명 호소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국회를 통과한 12번째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으로 기록된다.
국회에 따르면 제헌 국회부터 19대까지 제출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6대 국회까지의 구속동의안 포함)은 총 52건으로, 이 중 11건이 가결됐다.
체포동의안 가결 확률이 낮은 이유는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원은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불체포특권을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은 영장 심문을 위해 정부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내고 정부가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 국회 표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수사가 진행 중인 자당 소속 의원의 보호를 위해 임시국회를 여는 이른바 ‘방탄국회’라는 말도 생겨났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2일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 처리에 대비, 소속 의원 전원에 대해 비상 대기령을 내렸다.
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오늘 보고되면 내일 2시30분 이후부터는 언제든지 처리를 해야 되는 상황에 돌입할 수 있다”면서 “무기명 비밀투표를 해야 할 사안이니 대비하기 위해 의원 전원이 비상대기 상태를 유지해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 가 계신 분들이 몇 분 안 되지만, 그분들도 귀국하라고 연락할 계획”이라며 “전원이 지역구 활동이나 외부 활동을 뒤로하고 내일 이후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논란에 중심에 선 이석기 의원은 이날 개회식과 본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무릎 위에 두 손을 올리고 별다른 미동 없이 상황을 지켜봤다.
특히 이 의원은 본회의에 앞서 민주당 소속 의원 127명 전원에게 체포동의안 처리 반대를 호소하는 친전을 보내는 등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민주당 각 의원실로 보낸 A4용지 3쪽 분량의 친전에서 “국정원이 저에게 내란음모라는 어마어마한 딱지를 붙여 작년 부정경선 조작에 이어 또다시 반론 기회도 없이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으로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면서 “일개 초선 의원이 견디기엔 너무 가혹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저는 내란음모를 한 적이 없다. 이 변하지 않는 진실이야말로 제가 오늘 버티는 힘”이라며 “부디 국정원 음모를 중단시켜 달라. 저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거둬 달라”고 당부했다.
이 의원은 또 “그 어느 때보다 전쟁위기가 고조됐던 올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나서자는 저의 진심이, ‘총’이라는 단어 하나로 전체 취지와 맥락은 간 데 없고 ‘내란음모’로 낙인찍혀 버렸다”면서 “앞뒤 말을 가위질해 선정적 단어만 골라 여론몰이 하는 것이야말로 왜곡, 날조가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보고된 국회 본회의 직후, 새누리당 의원과 진보당 당직자들간에 다소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빠져나와 정문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악수를 하자, 뒤따라 나온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이 “여기가 어딘데 (나와) 있느냐”고 고함을 치며 이 의원 쪽으로 달려들었다.
진보당 김재연 의원을 비롯한 당직자들이 말리면서 더 이상의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양측은 팔을 밀고 밀치는 소동을 빚었다.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김 의원을 향해 “의원은 무슨 의원이야”, “국회에 공산당 프락치가 와 있다”라며 인신공격을 퍼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