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박근혜 정부 들어 금융 공기업은 물론이고 민간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종종 예상 밖의 '깜짝쇼'처럼 이뤄져 금융권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이른바 '관치쇼'란 부정적인 평가도 쏟아진다. 최근에는 정해진 절차를 거치기도 전에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차기 이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취임한 금융권 신임 CEO들 중 상당수가 당초 예상이나 하마평을 뒤집은 경우다.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인사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취임 역시 국민은행 노동조합의 반발도 있었지만, 예상 밖의 인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두 회장을 제외하면 상당수 신임 CEO들이 후보군에서 2~3순위였다.

깜짝인사의 포문을 연 CEO는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이다. 강만수 전 회장이 떠난 후 하마평이 나돌기도 전에 인사가 이뤄졌으며, 정통 금융인이 아닌 학자 출신이란 점에서도 예상 밖의 인사로 평가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란 사실 때문에 낙하산 인사라는 혹평도 받았다.

홍 회장 이후에도 금융권 깜짝인사는 계속됐다. 최근에 발표된 우리금융 계열사 CEO 선임에서도 깜짝인사가 이뤄졌다.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1순위로 올랐던 후보들이 대거 탈락했기 때문이다.

우리카드 사장에 강원 전 우리은행 부행장, 우리아비바생명 사장에 김병효 우리은행 부행장, 우리자산운용 사장에 박종규 전 유리자산운용 사장이 낙점된 것이다. 이들은 당초 2순위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문제는 깜짝쇼가 아닌 관치쇼로 비춰질 때도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신보와 기보 차기 이사장 내정설이 돌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재점화됐다. 얼마 전 서근우 금융연구원 기획협력실장과 홍영만 금융위 상임위원이 각각 신보와 기보 차기 이사장에 내정됐다는 얘기가 금융권에서 돌았던 것.

특히 김정국 기보 이사장의 임기가 아직 1년이나 남았고, 신보와 기보 모두 이사장 공모를 진행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내정설이 나와 논란이 된 것이다.

이미 임기가 끝난 안택수 신보 이사장은 차기 이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이사장직을 계속 맡을 예정이며, 김 이사장은 금융위원장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신보와 기보는 조만간 이사장 공모를 실시할 계획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사 CEO 인사가 워낙 예상 밖으로 이뤄지고 있으므로 신보, 기보 이사장이 내정된 게 사실이라 해도 막판에 바뀔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관치 때문에 깜짝인사가 이뤄지고, 관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예상 밖의 인사가 이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란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