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쟁조정 '유명무실'… 올해 은행·증권 공개실적 전무

2013-08-28 17:32

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올해 은행·증권업계의 분쟁조정 공개건수가 전무한 실정이다.

금감원은 제도와 업권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입장이지만 올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민원을 줄이기에 나선 금융당국의 상황을 감안하면 제도 시행 취지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28일 금감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은행과 증권업 분쟁조정 공개사례는 지난 2012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험권 분쟁조정사례는 10건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민원인 자신과 유사한 분쟁을 확인해 다른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민원분쟁을 조정한 결과를 알리고 있다.

분쟁조정사례 게시 건수가 적자 금감원이 고의로 분쟁조정사례 공개건수를 누락한 것 아닌지 의문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분쟁조정사례 게시판을 보면 몇 년 전 조정사례가 최근 공개되는 것을 비롯해 많은 수의 조정사례가 누락된 것으로 보인다”며 “(금감원이) 감춰두고 있는 누락건을 게시할 것을 요청한다”는 글을 금감원 질의응답 게시판에 올렸다.

금감원이 고의로 분쟁조정사례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분쟁조정사례 공개건수가 적은 이유는 분쟁조정제도 절차에서 비롯됐다.

금감원은 제기된 민원에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민원인과 금융사간 분쟁을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율조정이 되지 않는 분쟁의 경우에만 최종 분쟁조정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분쟁조정에 나선다. 이와 같이 분쟁위를 거친 조정사례만 공개되기 때문에 조정사례 공개건수가 민원 대비 적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업계 특성이 작용했다. 은행과 증권업계는 민원인이 주장하는 피해에 대한 사실관계 증명이 어려워 분쟁위 절차를 거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반면, 보험은 상품약관이 일반적으로 표준화됐기 때문에 사실관계 증명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업 분쟁은 사실관계가 중요한데 이해당사자가 서로 주장하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며 “분쟁위는 사실관계가 확인된 사안만 다루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민원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분쟁조정 공개는 당사자뿐 아니라 제2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를 가졌다는 점에서 분쟁위를 적극 활용한 분쟁조정제도 보완이 필요해보인다.

특히 분쟁조정기관은 사실관계 확인이 되지 않는 분쟁사안에 대해서 분쟁위 절차없이 종결처리가 가능하다. 때문에 제도 보완없이는 분쟁조정 공개건수가 종전보다 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1분기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민원은 2만1388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14.7%(2739건) 증가했다. 은행 및 비은행(9991건)과 증권(895건)을 합한 민원건수는 전체 민원 절반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