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先양자·後다자’회담 역제안…‘노숙투쟁’ 시작
2013-08-27 17:39
“내달 4일 전 답변 달라” 최후통첩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2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先) 양자, 후(後) 다자회담’을 역제안했다.
박 대통령과 자신이 양자회담으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문제를 논의한 뒤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5자회담에서 민생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직접 작성한 글을 낭독, 이같이 말하고 내달 4일 박 대통령이 러시아와 베트남 순방을 위해 출국하기 전에 답변해 달라고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정원 개혁을 논의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민생을 위한 여야 지도부 다자회담을 하자는 것은 본질을 외면하는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대선을 전후해서 벌어진 국기문란 헌정파괴사태는 무조건 민생이라는 미명만으로 덮어질 만큼 결코 작지 않다는 엄중한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민생을 위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담도 좋다”면서도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와의 양자회담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결론을 내리고,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다자회담에서 민생을 논의한다면 두 회담 모두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잦은 만남은 국민이 바라는 바”라면서 박 대통령과 자신 간의 일회적인 만남이 아니라 수시로 만날 것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의 민생관련 5자회담 제안에 대해 김 대표가 ‘단계적 회담’을 역제안함에 따라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회담 성사 여부를 결정할 ‘공’은 다시 청와대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이 같은 제안을 박 대통령이 받아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양자, 3자, 5자 등 회담의 형식도 형식이지만 대통령이 관련자들 수사가 진행 중인 국정원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정원 자체 개혁을 강조하고 이미 자신들이 거절했던 5자회담을 다시 제안한 것은 사실상 야당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인식이 강하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민생회담 제안과 관련해 “동문서답이었다. “통치만 남은 대국민 정치 실종선언”이라며 “‘민주주의’ 요구는 정쟁이니 야당과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니고 뭔가”라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현 상황이 장외투쟁 명분을 살리고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박 대통령에게 대화를 제의함과 동시에 장외투쟁의 강도를 높였다.
김 대표는 이날부터 천막당사에서 숙식을 하는 ‘노숙투쟁’을 시작했고, 민주당은 이번 주말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투쟁에 나서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언제는 형식과 의제에 상관없이 대화하자더니 막상 대통령이 민생 회담을 제안하자 받을 수 없다고 한다”면서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