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가 꺼낸 '반격의 카드' 4장은?

2013-08-27 16:05
기억상실, 증인 인신공격, 감성 호소, 사생활 폭로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사진=신화사]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지난 22일부터 닷새간 진행된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시 당서기에 대한 재판심리가 26일 마무리됐다. 이번 재판에서 보시라이는 순순히 죄를 시인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공판 내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과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홍콩 다궁바오(大公報)는 27일 보시라이가 이번 재판에서 검찰 측에 내놓은 ‘반격의 카드’ 네 가지로 △기억상실 △증인 인신공격 △감성 호소 △사생활 폭로를 꼽았다.

우선 보시라이는 재판 내내 주요 공소사실에 대해 “잘 모르겠다”,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 등의 답변으로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쉬밍(徐明) 다롄스더 회장이 제공했다는 프랑스 별장에 대해서도 ‘본 적도 없다’고 답하는가 하면 ‘아내와 관련된 일은 내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또한 그는 검찰이 공소한 혐의가 대부분 증인의 증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증인을 인신공격하며 증언의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했다.그는 자신에게 세 차례 뇌물을 제공했다는 탕샤오린(唐肖林)에 대해 ‘미친개’라고 공격하고, 왕리쥔(王立軍)은 ‘품성이 극악하다’, ‘증언이 사기다’라고 공격했다. 또한 27년간 부부사이였던 구카이라이(谷開來)도 ‘미쳤다’, ‘가소롭다’, ‘거짓말을 일삼는다’고 공격하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감성에 호소하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언론 플레이’를 선보였다. 보시라이는 재판 진술 당시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자켓은 서랍장 속에 넣어 온 양복으로 다롄시 모 중소기업이 생산한 것이며, 현재 입고 있는 바지는 모친이 60년대 나에게 사준 것”이라며 자신이 탐욕스럽지 않고 검소한 사람임을 주장했다. 또한 재판에서 시종일관 사법의 공평성을 외치고, 자신에 대해 동정심을 유발하는 발언도 적극 했다.

마지막 카드는 바로 ‘사생활 폭로’다. 보시라이는 자신의 뇌물 수수 혐의를 벗기 위해 외도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지난 24일 재판에서 구카이라이가 당시 중학생이던 아들 보과과를 데리고 영국 유학을 떠난 것은 자신의 외도 때문이었다며 자신이 공금을 횡령해 아내에게 보내줬다는 혐의는 사실이 아님을 주장했다. 또한 재판 마지막날에는 왕리쥔이 구카이라이를 짝사랑했다는 사실도 들춰내며 왕이 감정적 고뇌를 견디지 못해 청두 미국 영사관으로 도주한 것이며 자신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아 도주한 것이 아님을 항변했다.

보시라이는 앞서 지난달 25일 검찰에 의해 뇌물수수, 횡령, 직권남용 세 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중국 혁명 원로인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의 아들인 보시라이는 지난해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통해 최고지도부인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진입까지 노리던 중국 공산당 주요 계파인 태자당(太子黨)의 선두주자였다. 그러나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가 2011년 11월 영국인 닐 헤이우드를 독살하는 사건을 일으켰고 이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심복이던 왕리쥔(王立軍)과 갈등을 빚다가 결국 낙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