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때 美 입양..세계적 화가된 진 마이어슨의 '끝없는 경계'
2013-08-28 11:45
학고재갤러리에서 28일부터 개인전
진 마이어슨이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눈에 보이는 작품도 그리는 과정에서 왜곡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하죠.저는 사람이나 사물을 볼 때 의식적으로 그 너머의 것들을 봅니다."
찌그러지거나 뒤틀어지고 또 통째로 이어진 듯한 유기적인 도시풍경을 선보인 미국 작가 진 마이어슨(41)은 어디를 그렸냐는 질문에“내 작품은 특정한 장소를 그렸다기보다 내면의 장소를 그린 것”이라고 말했다.
28일부터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 타이틀은‘끝없는 경계(Endless Frontier)’. 50번 넘게 고민해서 나온 제목이라고 했다.
인터뷰도중 마이어슨은 문득 문득 정지된 듯 고요했다.무엇인가를 골똘히 바라보곤했다.
엉켜있거나 휘몰아치는 그의 혼란스런 그림은 마이어슨의 인생을 대변한다.
군중을 무더기로 한 화면에 모아놓고 왜곡하며 재해석한 작품 '모두의 시대'를 설명하고 있는 미국작가 진 마이어슨./사진=박현주기자 |
한국이름은 박진호. 진 마이어슨이 된 그는 말도 통하지 않고, 동양인이라고는 동네를 통틀어 자신뿐이었던 어린시절 혼자서 놀기 일쑤였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말이 없던 소년은 늘 사물이나 대상을 멀찍이 떨어져 보며 그림그리기에 몰두했다.
“아웃사이더로 인사이더들을 많이 지켜봤죠. 그런데 내가 인사이더가 됐을 때는 그것을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바깥을 바라보게 되더군요. 이 순환 고리가 끝없이 반복됐죠.”
아버지 덕분에 "화가는 기품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그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감사하죠. 역사교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여행했고 그림을 많이 보았어요."
미니애폴리스 칼리지 오브 아트 앤드 디자인과 펜실베이니아 순수미술 아카데미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뉴욕 파리 서울을 거쳐 현재 홍콩에서 작업하고 있는 그는 이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지만 여전히 마음속 우물은 깊은 듯 보였다.
"한국의 부모님을 찾으려도 시도했지만 아직 찾지못했어요."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다. 세계적 작가로 성장한 그는 지난 3년간 서울에서 작업했다. 그렇게 나온 그림의 제목은‘죽음의 발명 앞에(Before the Invention of Death)’다. 2009년 황학동에서 작업을 하던 시절, 헌옷 수거 기계를 보고 그때 느낀 혼란스러움을 그린 그림이다.
미국 소설가 폴 오스터의 '고독의 발명'에서 제목을 따온 이 작품은 6m에 이르는 대작이다. 빽빽한 도시의 수많은 단편이 압착기로 찌그러뜨린 것처럼 뭉개져 있지만 미묘한 색감속에 언뜻언뜻 형태가 드러난다. 커다란 캔버스에 정신없이 엉켜있는 이미지들은 마치 에너지 파장이나 어떤 기운이 함께 휩쓸려다니는 모습이다.
작가는“내 그림 중 가장 힘 있고 어두운 작품이다. 무엇인가가 생성되고 없어지는 상황을 동시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6m에 이르는 거대한 서사작품 '죽음의 발명앞에'. 도시형태가 무작위적으로 한데 뭉개져있다. |
"살아가는 순간 순간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는다"는 작가는 잡지 TV 사진 등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해체하고 왜곡하고 서로 겹쳐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미지로 뒤틀어 캔버스에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는 후드티를 입은 '빈 사람'이 눈길을 끈다. 처음으로 그린 자화상이다. 형태만 있고 존재는 온데 간데 없는 자화상에 대해 작가는 “가장 위험한 것은 나 자신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구상인듯 하면서도 추상회화의 맥을 잇고 있는 그는 런던 사치갤러리,뉴욕 첼시미술관 뉴욕 솔로몬 구겐하임미술관등 세계적인 미술관의 주요 전시에 초대받는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했다.
학고재갤러리 우찬규대표는 "지난 5월 열린 아트바젤 홍콩에서도 작품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선 회화의 변화와 혁신을 보여주는, 진 마이언슨만의 독특하고 압도적인 힘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6일까지. (02)720-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