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1주년> 새로운 20년 위한 패러다임 전환기…서부·내수를 잡아라

2013-08-22 13:30

아주경제 이재호·윤태구·이재영·이혜림·홍성환·한지연 기자= 지난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주창한 뒤 중국 경제는 동부 연안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 국내 기업들도 북쪽의 베이징과 톈진을 시작으로 칭다오,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에 이르기까지 동부지역 도시를 거점으로 삼아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동부 연안지역에 초점을 맞춘 경제성장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자 중국 정부는 서부지역에서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찾기 시작했다. 그동안 낙후돼 있던 서부지역의 경제를 발전시켜 소득수준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이를 통해 내수시장 규모를 비약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지난 20년간 국내 기업들이 중국 동부지역 공략에 치중했다면 한·중 수교 21주년을 맞은 올해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20년은 서부지역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또 중국을 수출 확대를 위한 생산거점으로 활용해 왔던 기존 전략을 수정해 세계 최대 규모로 커진 중국 내수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다행스러운 건 국내 기업들이 이같은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활한 중국 대륙의 서부에서 펼쳐질 국내 기업들의 활약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 기회의 땅, 서부로 간다

지난 30여년 동안 지속된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하는 와중에도 철저히 소외돼 있던 서부지역이 새로운 경제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여전히 돌고 있다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 중국 역사상 가장 찬란했던 두 왕조, 한(漢)나라와 당(唐)나라가 태동했던 이 지역에 새로운 황금기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발빠르게 서부로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산시성 시안에 70억 달러를 투자해 낸드플래시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이제 시안 반도체 공장은 국내 기업의 중국 서부지역 진출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 후 첫 방중 기간 중 시안 반도체 공장을 직접 방문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중국 서부지역에서 거둘 성과에 대해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중 경제협력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힐 정도로 중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현대차도 중국 제4공장 설립 지역으로 서부의 시안과 충칭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쓰촨성에 상용차 합작법인은 ‘쓰촨현대’를 설립키로 했다. 내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산 16만대 규모의 생산라인을 갖추게 된다.

SK는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NCC(나프타분해설비) 공장을 건설했다. 올 하반기부터 연산 80만톤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을 시작으로 폴리에틸렌과 폴리염화비닐 등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를 250만톤 가량 생산하게 된다.

롯데도 지난해 충칭에 롯데마트의 현지법인인 ‘롯데마트 충칭 유한회사’를 설립하며 서부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4대 직할시 중 한 곳인 충칭에 국내 유통업체가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는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와 쓰촨성 사이에 위치한 닝샤회족자치구 내 링우시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한 태양광 발전설비를 기증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서부 대개발 사업의 전략적 요충지인 링우시는 한화 측의 배려에 대해 기념비까지 세우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 재계 인사는 “잠재력은 크지만 아직 미개척 지역인 중국 서부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리스크가 높은 결정”이라며 “대기업 총수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뚝심있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좋은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갈수록 두둑해지는 중국인 지갑을 노려라

서부지역 진출과 함께 중국 내수시장 공략도 지상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서부지역의 경제성장으로 주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질 경우 기존 동부지역과 함께 엄청난 내수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중국 LTE 시장 공략에 나서는 등 중국 내 신제품 출시 및 서비스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던 LG전자도 지난 3월 출시한 ‘꽌윈 TV’ 등 현지 맞춤형 제품 출시에 힘을 쏟는 한편 최상위층 고객을 겨냥한 VVIP 마케팅도 적극 시행하고 있다. 또 차별화된 애프터서비스 제공을 위해 ‘101 콰이러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했다.

GS 계열사인 GS샵은 지난해 4월 차이나홈쇼핑그룹 지분 20%를 인수하며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홈쇼핑 시장 공략에 나섰다.

토종 의류 브랜드인 이랜드는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 1위의 내수 기업으로 도약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백화점에서 수백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종양 이랜드 중국사업부 대표는 “중국 내수시장 규모가 방대하지만 무턱대고 덤볐다간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며 “중국은 지역마다 특색이 확연히 다른 만큼 정확한 지식과 정보가 요구되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