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월세로 ‘탈 전세’ 시작… “전세수요자 유도 대책 마련해야”
2013-08-20 16:56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 고공행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세 수요의 매매전환과 월세 거래 증가 등 '탈 전세' 현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미 포화상태인 전세 수요자들이 매매시장으로 옮기게 된다면 수급불균형을 겪고 있는 전세시장도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그러나 유례없는 전세난에 비해 매매전환 움직임은 미미한데다 월세 거래 증가로 임차인의 부담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와 전문가들은 매매·월세시장 정상화를 통한 수요자 유도를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세난 확산 속 저가·소형 위주 매매거래 꿈틀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 뿐만 아니라 중대형도 동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는 지난달 전국 전용 135㎡ 초과 아파트 전셋값이 전월 대비 0.36% 상승해 전용 60㎡ 이하(0.34%) 상승률을 앞질렀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중소형 전세매물이 부족하고 전셋값도 급등하면서 그동안 외면받았던 중대형으로 전세수요가 옮겨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저가 중소형을 중심으로 매매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전셋값이 지나치게 오르자 "차라리 사고 말자"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조금씩이나마 전세수요가 매매로 전환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두산위브는 최근 전용 59㎡형이 4억원에 팔렸다. 이 단지 평균 전셋값은 2억9000만원으로 매매가의 72.5%에 달한다. 평균 전셋값이 2억9500만원 선인 같은 동 래미안허브리츠(전용 59㎡)도 4억1500만원에 매매거래가 이뤄졌다.
경기도에서는 고양시 풍동 에이스12차(전용 59㎡)가 1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 전세시세는 1억500만원(67.7%)이다. 화성시 능동 푸른마을모아미래도(전용 78㎡)는 2억35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이 단지의 평균 전셋값은 2억1000만원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90%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같은 전세 수요의 매매전환이 일반적이지는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114 김은선 연구원은 "서울·수도권은 전세가 비율이 60%를 육박하지만 주택거래 심리가 회복되지 않아 매매전환이 많지 않다"며 "저가를 중심으로 간간이 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집주인 월세 선호, 임대시장 내 비중 커져
임대시장에서 월세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한층 우월적 위치에 서게 된 집주인들이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 전세의 월세 전환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지난달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10만7874건으로 전년 동월대비 5.3% 증가하며 2개월 연속 증가했다. 특히 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1만6671건(33.3%)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26%)보다는 7.3%포인트, 지난해 1월(25%)보다 8.3%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올들어 1~7월 주택 전월세 거래량 83만6637건 중 월세는 38.9%(32만5830건)으로 월세 거래량을 조사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이 수치는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순수 월세를 제외한 것이어서 실제 월세 비중은 훨씬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주택 임대시장은 월세화 현상으로 접어드는 단계"라며 "집값이 오르지 않는데다 저금리 현상이 계속되면서 집주인들이 속속 월세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전세난 심화 속에 이같은 탈 전세 현상은 일단 반가운 일이지만 더욱 확산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매매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매매전환을 꺼리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고, 월세는 전세가 일반적인 국내 임대시장에서 거부감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 전세가 비율이 높아져도 매매시장은 살아나기 어렵다"며 "임대수요의 매매전환을 위한 대출이자 소득공제 혜택 확대 등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난 해소방안은 결국 매매시장 정상화로, 세제 개편과 규제완화 법안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며 "월세화 과정에서 전세 매물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공공 부분에서 전세형 주택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