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는 지금…순항중(?)

2013-08-15 10:0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16일 증권계열 매각 공고를 내면서 민영화 2단계 수순에 들어선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을 제외하면 나머지 계열사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지방은행 매각은 지역 환원 등을 놓고 여전히 잡음이 계속되고, 우리은행은 인수 대상자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증권계열 패키지 아니면 '절반의 성공'

15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이번 매각은 우리투자증권에 우리아비바생명·우리자산운용·우리저축은행을 묶고, 우리파이낸셜과 우리에프앤아이(F&I)는 분리 매각 방식이 될 전망이다.

당초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시장 수요에 따라 묶음과 개별매각을 모두 용인하도록 매각방식의 범위를 열어뒀다. 이에 따라 증권계열 매물은 시장 수요에 따라 쪼개 팔릴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매각 공고문에는 6개 계열사에 대한 매각은 언급되지만 패키지로 팔지 개별적으로 매각할지 등에 대한 내용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매물로서 매력도가 높다. 증권사 중 ‘빅3’ 안에 드는 우투증권을 인수하게 되면 단숨에 증권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자산 24조원에 자기자본 3조4581억원을 기록 중인 우투증권은 현재 119개의 점포망에 2500여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우투증권 인수전이 KB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 간 2파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금융지주 모두 자회사 포트폴리오가 은행에 치중돼 있고 증권 계열사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에 절실한 것은 비은행 부분의 다각화"라고 말해 우투증권 인수를 시사했다.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 역시 인수 의향을 표명한 상태로, 지난달 이미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업성을 검토중이다.

이밖에 교보생명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그룹, 현대차그룹 계열인 HMC투자증권 등도 우투증권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우투증권에 묶인 비인기 계열사다. 인수 희망자가 우투증권만 사갈 경우 남은 계열사는 우리은행 계열로 편입돼 내년에 다시 시장에 나오게 된다.

특히 우리아비바생명의 경우 지분 47.31%를 보유한 영국의 아비바그룹이 지분 매각에 대한 입장을 아직까지 전하지 않고 있다. 합작사 성격상 아비바그룹의 동의가 없으면 지분을 매각할 수 없어 패키지에서 빠지게 된다.

우리아비바생명 관계자는 “사실상 시장 수요가 없어서 개별 매각은 어렵다”면서 “아비바그룹이 낮게 산정된 지분 가치 때문에 침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은행 계열, 거세지는 '정치 외풍'

지방은행 계열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은 지난 7월 15일 예금보험공사의 공고로 이미 첫 발을 뗐다.

현재 경남은행에는 BS금융(부산은행)과 DGB금융(대구은행), 경남지역 상공인들이 주축이 된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가 눈독을 들이고 있고, 광주은행 역시 JB금융(전북은행)과 지역 상공인들이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

예비입찰 접수 마감일은 9월 23일로 아직까지 한 달 이상 남았다. 하지만 지역 정치인과 지역 상공인들에 의한 ‘정치 외풍’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점이 장애물이다.

지역 상공인들은 정부에 ‘우선협상권’을 요구중이다. 지역 여론을 모으기 위해 지역민 결의대회와 서명운동 등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타 지역 금융회사가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도(道) 금고를 빼버리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자칫 지역 간 정치쟁점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특정 집단에 우선협상권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최고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에게 허용되는 지방은행 지분은 15%라는 점도 상공인들의 인수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우리은행, 인수 후보도 불투명

우리은행 매각은 우리금융 민영화에 있어서 가장 난항을 겪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덩치가 너무 커 인수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자산은 265조원을 훌쩍 넘고 자기자본도 18조5000억원에 달한다. 임직원 수만 1만4500여명이고 보유한 점포수도 1008개에 이른다. 금융당국이 블록세일(일괄 매각) 대신 자회사 분리매각 방식을 택한 것도 은행 규모로 인한 인수 부담을 덜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비바생명 등 매각을 하지 못한 계열사가 나올 경우 은행 계열로 편입된다는 점에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게다가 KB금융 등 유력한 인수 후보가 다른 계열사로 눈을 돌리면서 현재로선 우리은행 인수 후보도 불투명한 상태다.

교보생명 등 일부 인수 의사를 밝힌 곳도 있으나 이 역시 자금 동원 등이 인수전 참여의 선결과제로 꼽힌다.

김 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최고가 원칙 등 시장논리에 맞게 매각 방안을 세웠고 현재 그 로드맵대로 가고 있기 때문에 흥행 여부를 판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