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아베의 독주'… 동북아·재계 마찰 '불가피'
2013-07-22 18:50
야스쿠니 신사참배, 독도 영유권 등 보수적 공약 이행 전망<br/>일본 재계 "정권이 안정적이지만 산업 재편 등 경계도 커져"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이번 참의원 선거는 독선적이고 국수주의적 색채를 지닌 정치인 아베 총리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도쿄 호세이대학의 시라토리 히로시 정치학과 교수가 이번 참의원 선거를 보고 한 말이다. 아베 신조의 집권당인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아베의 독주'가 완성됐다. 본격적인 아베 천하를 앞두고 한국·중국 등 동북아시아 주변국들은 긴장하고 있다. 강경 우익인 아베 총리는 아시아에서 일본의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쉽게 중국에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동북아 역학구도가 격동에 휩싸일 가능성도 높다.
중국도 이번 아베 정권의 참의원 선거 승리가 탐탁치 않은 분위기다. 중국과의 관계는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 시절인 지난해 9월 일본이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의 일부 섬에 대한 국유화 조치를 단행하면서 악화됐다. 아베 총리가 재임된 후 대외 침략 부인 발언,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일본 과거사 인식에 대한 문제로 치달았다. 게다가 중국 위협론까지 퍼뜨리며 노골적으로 중국을 억누르려 한다는 불만도 팽배한 상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우익 지지층을 결집시킨 아베 총리의 일본 과거사 인식은 독도·위안부 문제까지 끌어냈다. 지난 광복절에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한국인의 분노를 샀다. 위안부 희생자들에 대한 국가 책임 인정 및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 등 각종 현안을 해결하자는 논의가 대두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선거가 끝났으나 그동안 외쳤던 야스쿠니 신사 참배, 평화헌법 개정, 독도 영유권 주장 강화 등 보수적 공약을 이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본격적으로 보수적 정책을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지지층이 아베 총리 주변에 있다는 점을 확신했기 때문에 그동안의 정책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BBC방송은 자위대의 국제분쟁 개입 금지를 규정한 헌법개정이 정책 우선순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국가주의적 정책의 추진이 주변국과 마찰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아베 총리가 개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앞으로 아베노믹스를 안착시켜야 하는 문제와 소비세 증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등 경제 관련 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곧바로 외교적 갈등을 야기시킬지는 의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본은 23일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TPP 협상에 참여한다. 22일 아베 총리는 자신과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나라를 위해 싸운 분들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명복을 비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 자체가 외교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베의 독주'에 대한 경계는 일본 산업계에서도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정권이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에서는 강한 정권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기업의 한 간부는 "정권은 안정됐지만 좋은 일만은 아니다"라며 "아베 총리의 요구가 한층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정권의 힘이 커지면서 기업 개편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베 정권은 구조조정 등 산업 재편 경계령을 내렸다. 아베 정권은 성장분야는 강화하는 한편 세제 및 금융지원도 동원해 과감한 산업구조의 전환을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베 총리는 다음달에 내년 소비세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의료연금 비용에 대한 정부 재정부담을 충당하기 위해 현재 5%인 소비세를 내년 4월 8% 수준으로 올린 후 2015년 10월에는 10%까지 올린다는 방침이다. 재계의 반발에도 여당이 압승을 거둔 만큼 소비세 인상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아베 총리의 엔저 정책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년 말에는 엔·달러 환율이 105~110엔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