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제3자 개입’, 노-사 누구도 승리자는 없다

2013-07-22 16:01
노동계·국회·진보단체 등 가세로 문제 본질 흐리고 있어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 7월 10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진중공업과 현대상선간 15만t급 유연탄 수송선 4척 건조 계약식.

무려 5년여 만에 선박 수주에 성공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뜻 깊은 날, 영도조선소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던 수 많은 ‘제3자’들의 축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들에게서 이미 영도조선소는 잊혀진 존재가 됐다.

반면 당사자들인 영도조선소를 지키고 있는 구성원과 가족, 그리고 조선소가 소재한 부산 지역사회는 지금도 악몽과도 같았던 당시 입었던 상처로 신음하고 있다. 지나온 5년 만큼 세월이 흘러도 상처가 완전히 치유될 지 알 수 없도 없는 상황이다. 무분별한 ‘제3자 개입’의 후유증은 너무나도 크다.

2013년 여름 한국 경제계에 제2, 제3의 ‘영도조선소’ 사태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직원 문제와 관련해 울산사업장에서 벌어진 희망버스 폭력사태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를 둘러싼 갈등이 그것이다. 두 사태에는 또 다시 노동계와 국회, 진보단체 등이 가세해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경제계가 이를 좌시할 수 없는 이유는 기업의 고유 권한을 외부인들인 ‘제3자’가 개입하고 간섭하려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과 협력사 문제는 회사 경영진과 직원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해야 할 기업 고유의 권한이다. 그런데 경제민주화와 반기업 정서가 합쳐져 기업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이제 기업 경영의 모든 것들은 ‘타도의 대상’이 돼 버렸다. 영도조선소 사태가 사실상 노동계측의 승리로 끝나자 이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객관적 사실이 무시된 채 한쪽에 치우쳐 벌어지는 제3자 개입은 노-사 갈등을 넘어 ‘노-노 갈등’, ‘을-을 갈등’, ‘노-정 갈등’으로 확산돼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주장은 상황에 맞춰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며 논리적 맹점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사태는 본사와의 관계에서 ‘을’인 협력사, 협력사 소속으로 역시 ‘을’인 근로자들의 각자의 이해관계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적합업종을 지정하자고 해 온 이들은 직원들을 삼성전자서비스에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한다. 직원들을 채용한 협력사들은 중소기업이다. 이 주장이 관철될 경우 협력사 대표들은 고스란히 직원들을 빼앗겨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

현대차의 비정규직 직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했을 때 과연 직원들간에 물리적·화학적인 융합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남들의 도움을 받아 폭력이라는 최악의 수단까지 사용한 이들을 쉽게 ‘동지’로써 맞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사측도 이들의 관계 단절이 자칫 완성품의 품질 하락으로 이어져 회사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외부 노동·사회단체, 국회의원들의 무분별한 개입은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을 방해하며 사업장을 폭력현장으로 몰아넣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장이 소재한 지역사회의 공공질서도 파괴하고 있다”며 “노-사 누구도 승리자를 만들지 못하는 제3자의 행동은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예방하고 근절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