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터진 불만폭탄

2013-07-22 15:29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펑!' 소리와 함께 20일 저녁(현지시간) 중국 베이징(北京) 수도공항 국제선 입국장이 희뿌연 연기로 가득 찼다. 공항 내부는 놀란 사람들로 아수라장이었고 사제 폭발물을 터뜨린 지중싱(冀中星•34)은 왼쪽 팔이 절단된 채 현장에 쓰러졌다.

당시 그는 오토바이택시 기사로 일하다 치안관리원들에게 폭행을 당해 장애인이 됐다며 오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마저도 공안에 의해 제지당하자 참지 못하고 폭탄을 터뜨린 것이다. 그는 정부가 휘두른 폭력, 그로인해 무너져버린 삶에 저항하는 방법으로 자폭을 택했다.

중국 사회는 먼저 폭탄에 놀라고 이어 지씨의 사연에 놀랐다. 어려워진 경제상황, 취업난, 빈부격차 등으로 신음하던 주민들의 정부를 향한 불만도 덩달아 고조됐다.

중국이 20여년 간 이뤄온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사회적 갈등심화라는 암울한 그림자가 있다. 이에 시진핑(習近平) 신지도부는 집권 초기부터 민생개선 등을 강조하고 친서민 정부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쓰촨(四川)성 루산(蘆山)현 지진현장에 달려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죽으로 아침을 때우는가 하면 최근 시 주석은 수해지역을 찾아 세찬 빗줄기 속에 바짓단을 걷고 한쪽 어깨를 흠뻑 적신 채 현장을 시찰하는 등 민심을 달랬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주민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지도자의 겉모습이 아니라 다시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프라를 마련하고 관련제도를 정비해 미래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정부의 모습이다.

중국은 이미 사회 곳곳에서 시한폭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극심한 소득격차는 물론 사상 최악의 취업난도 예고됐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으로 내집 마련의 꿈은 물건너 간지 오래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지씨가 터뜨린 조악한 사제폭탄이 사회 전반을 뒤흔들 막강한 폭탄으로 발전할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