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테크노밸리를 가다> 입주기업 간 협업…장기 불황 이긴다
2013-07-22 13:58
1조클럽 회원사들은 기업가치 1조원 달성을, 프리 1조클럽 회원사들은 2~3년 내 상장을 목표로 정보를 공유한다. 사진은 19일 프리 1조클럽 회원사들이 도시락 오찬 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기업은행 판교테크노밸리지점 제공] |
은행들은 지점 인원을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판교테크노밸리에 첨단 IT기업들이 하나둘 입주하면서 중소기업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경기부진 속에 가계대출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중소기업 금융이 경쟁력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렇다 보니 판교 내에서는 은행이 자회사 투자증권과 손잡고 이색 모임을 만드는 일도 생겼다. IBK기업은행과 IBK투자증권이 만든 '1조 클럽'과 '프리(Pre) 1조 클럽'이 그 예다. 골프 모임 같은 사적인 교제 모임 형태가 아닌, 입지적 공통점이 있는 유망 중견기업들을 모아 정보를 교환하고 시너지를 내보자는 취지다.
노정호 기업은행 판교테크노밸리지점장과 장준호 인포뱅크 공동대표가 아이디어를 냈다. 단순 여신 등의 지원에서 벗어나 기업들이 '판교에서 제대로 판을 벌일 수 있도록'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창조경제의 한 축인 '창조금융'의 역할도 수행하면서 영업적인 이익도 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모임을 주최한 이후 기업은행 판교지점은 19일 기준 여신 119억원에 수신 404억원, 외환 190만 달러, 신규고객 400명, 급여이체 233건 등의 실적을 냈다.
특히 지난해 9월 10개 기업이 참여해 시작한 1조 클럽은 벌써 10회를 맞았다. 안랩·한컴·KG모빌리언스·유라테크 등 22개 회원사가 한 달에 한 번 도시락을 먹으며 기업교류를 한다.
프리 1조 클럽은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끼리의 모임으로 23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2~3년 내 상장사로서 발돋움하는 것이다.
비상장사가 상장을 하려면 일정 매출규모, 기업공개(IPO)기간 충족, 실적성장률 규정 등 조건이 붙는데, IBK투자증권이 주관사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김한수 IBK투자증권 분당지점장은 "상장에 대한 컨설팅은 물론, 시장성 있는 벤처기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것이 모임의 취지이며, 지점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처음부터 회원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노 지점장이 일일이 기업들을 방문하는 등 발품을 팔았다.
노 지점장은 "단순 여신으로 지원하는 금융서비스 시대는 지났다"며 "유망 중견기업들이 경영진 간 가치와 정보 공유 및 사업과 제품·서비스의 협력을 이룰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프리 1조 클럽에 새로 가입한 인실리코텍의 최승훈 대표이사는 "모임을 통해 자료관리나 백업, 물질개발 등 업체 대표자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며 "이런 미팅을 자주 진행하다 보면 가시적인 성과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용찬 기업은행 부행장은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해 기업과 지역경제 발전이 함께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어느 정도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IT솔루션 업체 '벨정보'는 스마트 오피스 전문기업인 '이트너스' 와 함께 사이버외대에서 수주를 했다. 벨정보는 또 서비스 로봇을 만드는 '퓨처로봇'과 함께 한국 IBM에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아울러 스마트 러닝 기업 '유니온엔이씨'는 은행을 통해 매칭투자를 받는 등 총 9건의 성과를 냈다.
앞으로 이 모임은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판교 내 입주한 160여개의 코스닥 상장기업 및 500여개의 비상장 중견우량기업, 1000여개의 중소기업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노 지점장은 "다수의 기업 간 매칭을 통한 협력 사례가 나오면서 성과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향후 입주 기업들의 애로사항 및 건의사항 등도 개선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