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덩샤오핑과 쌍벽 이룬 리셴롄 딸 박 대통령 예방

2013-07-18 14:18
시진핑이 민간외교 수장에 태자당 인물 심은 까닭은?

리샤오린 중국 인민대외우호협회장 (사진제공=신화사)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중국의 대외 민간외교를 책임지는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中國人民對外友好協會) 리샤오린(李小林) 회장이 다음주 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22일부터 나흘간 한국을 방문하는 리 회장은 방한 기간 중 박 대통령과 만나 한·중 양국 간 민간외교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6월 말 있었던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부 간 공식적인 교류 외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중국과의 ‘인문교류’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소식통은 “지난 정상회담을 통해 정부 간 외교는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지만 중국이 한국 정부와의 지속적 교류와 다방면 교류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외교 차원을 진전시키기 위한 게 아니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는 민간기관이긴 하지만 중국의 특수한 시스템상 당(黨)의 영향력 밖에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전국적 단위의 조직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조직을 관할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방한해 대통령을 만나고 문화외교 등 인적교류를 늘리려는 것은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새로운 형태의 민간외교 채널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마오쩌둥(왼쪽)과 악수하고 있는 린셴련 (사진제공=바이뚜)
특히 리 회장은 중국의 제3대 국가주석을 지낸 리셴녠(李先念)의 딸인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 중국정치 전문가는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태자당(혁명 후 세대의 자녀)이 각 방면에서 주도적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며 “리셴녠의 딸인 리 회장 역시 지난해 9월 시진핑 체제의 등장 후 대외우호협회 회장 자리에 앉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가 민간외교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것은 맞지만 전문 외교관이 아닌데 왜 전면에 나오게 됐는지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며 “중국 공산당의 정통성이 후세에 재확인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역대 대외우호협회 회장직은 정통 외교관이 맡아왔다.

중국 유명 교육가이자 서예가인 중국 민주동맹 주석을 역임한 추투난(楚圖南) 초대 회장을 시작으로, 차이쩌민(柴澤民) 전 주미대사, 한쉬(韓敍) 외교부 전 부부장, 천이 전 국무원 부총리 겸 외교부장의 아들 천하오쑤(陳昊蘇) 전 베이징 부시장 등이 역대 회장을 지냈다.

한편, 리 회장의 아버지 리셴녠은 중국 경제 개혁개방의 아버지인 덩샤오핑(鄧小平)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1983~1988)을 역임할 시기 중국 국가주석직을 맡았다.

이 전문가는 “리셴녠은 오늘날 중국 정치사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인물로 평가되고 있지는 않다”며 “당시 국가주석이란 자리는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자리인 반면, 덩샤오핑은 1980년대 중반 ‘베일의 정치(막후정치)’를 하면서 문화대혁명 시기에 피해를 본 원로(리셴녠을 포함한 10여명)들의 의견을 조율해 협상·타협하며 개혁개방으로 이끌어 오늘날 중국의 핵심 권력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리셴녠은 문화대혁명(문혁)을 거치면서 홍위병에 의해 권력에서 밀려났다가 문혁이 끝난 1973년에 복권되면서 권력의 전면에 등장했다.

리셴녠은 급진주의자이기보다 온건주의자로 1976년 마오쩌둥이 사망하고 덩샤오핑과 이른바 ‘문혁 4인방(장칭 江靑·왕훙원 王洪文·장춘차오 張春橋·야오원위안 姚文元)을 권력으로부터 축출하는 데 함께 한 인물이다.

그러나 덩의 경제발전과 개혁노선에는 찬성했지만 급진적 개혁개방에는 반대한 이유로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정치적 싸움은 오랜 시간 이어졌다.

이후 중국의 개혁개방이 성공하자 권력의 실세 자리를 내놓아야 했던 그는 국가주석에서 물러나 한직인 정치협상회의 주석 자리로 간다. 하지만 정치협상회의 주석 자리 역시 서열 5위의 자리로 중국 현대사에 권력의 핵심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