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재벌그룹들이 수년간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총수 일가에 수천억원을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이 되는 30대 그룹 계열사가 총수와 그 일가에 배당한 금액이 4696억원이었다.

총수일가가 지분 3% 이상을 보유하고,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30대 그룹 계열사 78곳을 대상한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의 총수일가가 가장 많은 배당액을 받았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분의 31.9%, 정몽구 회장이 11.5%를 각각 보유한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5년간 두 사람에게 781억원을 배당했다.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의 25.1%, 정몽구 회장이 10%를 보유한 현대엠코도 666억원을 배당했다. 건설사인 이 회사의 그룹 내부거래 비중은 61.2%다.

정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 부회장이 각각 지분 40%, 정 회장이 20%를 보유한 광고대행사 이노션은 5년간 정씨 일가에 372억원의 배당금을 안겨줬다.

현대모비스(485억원), 현대오토에버(99억원), 삼우(53억원) 등을 합치면 정씨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에서 챙긴 배당금은 2456억원에 달한다.

둘째로 총수일가 배당이 많은 그룹은 SK그룹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분의 38%,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10.5%를 각각 보유한 SKC&C는 두 사람에게 지난 5년간 815억원을 배당했다. 단일 계열사로는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의 배당 중 최대 규모로 SKC&C의 내부거래 비중은 64.8%에 달한다.

총수일가의 배당 챙기기는 GS그룹도 만만치 않다.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전기·통신공사업체 GS네오텍은 허 회장에게 지난 5년간 490억원의 배당금을 안겨줬다. GS네오텍의 내부거래 비중은 64.9%로 허 회장에게 돌아간 배당금은 매년 100억원 이상이다.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을 비롯한 허씨 일가가 지분을 100% 소유한 부동산임대·개발업체 승산도 지난 5년간 180억원을 배당했다. GS아이티엠(78억원), 옥산유통(46억원) 등을 합쳐 허씨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로부터 챙긴 배당금은 모두 794억원에 달한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일가는 SI업체인 삼성SDS 등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에서 224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STX그룹 강덕수 회장은 69.4% 지분을 가졌던 포스텍으로부터 지난 5년간 96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강 회장과 두 딸이 지분 62.2%를 보유한 STX건설도 5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를 합쳐 강씨 일가는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에서 모두 146억원의 현금을 챙겼다.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논란이 된 이수영 OCI 회장의 조카들이 24.4%의 지분을 가진 군장에너지는 74억원의 배당금을 이들에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계열사 주주의 이익을 희생해 총수 일가가 사익을 챙기도록 했다는 점에서 일감 몰아주기 배당은 주주이익 우선이라는 기업 경영의 근본 원칙을 뒤흔드는 행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