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권력과 함께한 호텔, 고급 예식장은 '특권'

2013-07-02 10:17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이번 개선조치로 특급호텔 예식 이용고객의 선택의 폭이 확대되고 불필요하게 과다 지출되는 결혼비용도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꽃장식·무대연출 등 끼워팔기를 일삼아온 서울시내 호텔 예식장들의 관행에 대해 야심차게 던진 말이다.

사실 결혼 예식장의 비용 고가 책정은 어제 오늘만의 얘기는 아니다. 지난 1994년 공정위와 예식장의 불편한 관계는 서민들의 허덕임 속에 달려오던 고가 마라톤으로 비유되기 일쑤다.

서민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공정위와 드레스·음식점 이용 가격을 더 받고자 하는 예식장 측의 불공정은 늘 대립각을 세워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당시에는 한 웨딩업체가 무료 대관료를 조건으로 특정 음식점을 영위하는 등 끼워팔기에 대해 불공정행위로 해석을 내렸다.

특히 자사의 드레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예식장 대관을 할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어 거래 강제행위를 저지른 부분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었다.

당시 공정위는 일간신문에 사과광고 게재와 시정을 조치하고 그 다음해에는 서울과 대구, 청주의 10개 유명 예식장들에 대한 법 제재와 함께 임직원 19명을 검찰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정위 행동에도 변화가 생겼다. 무조건적인 처벌보다는 개선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다.

오늘날에는 호텔 오너 친인척이 운영하는 꽃장식 업체 등을 끼워판다. 예비부부들은 선택의 폭이 제한되고 필수항목으로 예비신부 친구가 꽃장식 전문가라도 무시된다.

이처럼 특급호텔 예식상품 끼워팔기는 예식비용 증가 등 가계비 부담을 초래하고 위화감을 조성한다. 공교롭게도 이날 공정위는 특급호텔 20곳에 자율 개선을 명령했다. 쉽게 말해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시대적 불공정행위의 유형을 어제는 제재하고, 오늘은 자율로 인정하는 공정위의 일관성 없는 행동이 시장에 실효성을 가져다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