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말' 아끼는 회장님들

2013-06-30 18:00

아주경제 윤태구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재계 총수들이 잇따라 귀국했다. 지난달 28일 구본무 LG그룹 회장에 이어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이 돌아온 데 이어 다음날인 29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도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다녀온 터라 취재경쟁도 치열했다. 정몽구 회장이 귀국한 날은 현대차그룹 관계자들과 취재진을 비롯해 마침 중국에서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소녀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팬들까지 모여 그야말로 공항이 시끌벅적했다.

스케줄에 맞춰 하나 둘씩 총수들이 입국장을 통해 나오는 것과 동시에 중국에서의 성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하나같이 돌아온 대답은 "성과보다는 박근혜 대통령 경제사절단 역할을 잘 수행하고 왔다"는 것이었다.

구 회장은 대통령과 무슨 말씀을 나눴느냐는 질문에 "현장에서 오고간 얘기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한 것 같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정몽구 회장도 마찬가지로 "대통령을 잘 수행하고 왔다"가 다였다.

이번 방중으로 인해 향후 중국에서의 투자와 사업 진행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궁금한 기자들로선 허탈감이 이어졌다. 몇 시간이나 기다리면서 얻은 이야기가 고작 "수행 잘했다"였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왜 이들이 이렇게나 말을 아끼는지 알 것도 같았다. 앞서 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 일정 당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이라는 찬물을 끼얹으며 귀국 후 정부나 기업들의 방미성과를 제대로 알리지 못한 바 있다. 윤 전 대변인이 이른바 초를 친 셈이다.

아마 이번 방중 경제사절단에 참여한 총수들로서도 할 말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족족 미리 성과를 이야기해버리면 초 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이들로서도 중국 방문을 끝내고 돌아온 박 대통령이 직접 구체적인 성과를 하나씩 내놓는 것이 바람직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정서가 통한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