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훈 회장 “회장 때 결재해 신불자 신세, 처벌 받아야 하나?”

2013-06-27 14:46
한경연 조찬 강연회서 정부의 대기업 압박 문제 지적

배순훈 S&T중공업 회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1994년 대우전자 대표이사 회장을 하면서 모든 자금을 결재할 때 (제가) 직접 서명을 해야했는데, 그 때 서명한 것들 때문에 지금도 (전) 수백억 빚이 있는 ‘신용불량자’입니다.”

‘탱크주의’로 유명한 배순훈 S&T중공업 회장은 27일 오전 한국경제연구원(원장 최병일) 주최로 서울 플라자호텔 메이플 홀에서 열린 KERI 포럼에서 초청강사로 나서 갈수록 심화 되고 있는 정부의 대기업 압박에 대해 자신의 상황을 전하며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배 회장은 “기업 활동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일에 대해 개인에게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 두었으니 이를 사회 정의라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고 “이렇게 되면 기업의 회장들은 항상 위기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정부에서 기업 활동에 대해 좀 더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CJ 총수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보느냐도 문제다.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용납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 이것이 중요하다”며 “총수가, 대표가 밑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는 못한다. 그런데 그것이 모두 최고 책임자 개인의 문제가 되느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 사람들의 판단이 필요한 문제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강연 후 참석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현재 대기업 총수에 대한 구속과정을 볼 때,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과거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어느 정도 용납하고 타협하느냐에 따라 신뢰 구축여부가 결정 된다”고 촉구했다.

또한 “대통령이 해야 할 일 중 앞으로 중요한 것은 노사관계인데, 현재는 노측의 입장만 반영되고 있다. 이는 현재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정치적 리스크가 커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께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지만 사측의 입장도 반영돼야 발전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향후 차기 대통령은 노사관계에 있어 달인이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배 회장은 혁신과 관련해 “기업 안에서 혁신 조직과 국내 사업을 유지하는 조직이 공생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최고경영자(CEO)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그래서 기업이 잘되기 위해서는 CEO가 별도 조직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삼성 기술원이 설립된 지 30여 년이 되었는데, 지금은 삼성 기술원이 삼성전자의 비용만 축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 기업이 기술개발과 창조성 실현을 위해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