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통 현장증언> <16> 강한호 BOE 총감 "중국 무서운 인재정책, 4년이면 우리와 기술격차 사라질 것”
2013-06-14 15:42
중국의 1위 LCD업체인 BOE(징둥팡·京東方)의 강한호 총감(전무급)은 "중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대거 육성되고 있는 모습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며 이같이 단언했다. 강 총감은 징둥팡의 베이징(北京)공장과 허페이(合肥)공장의 생산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한국인 임원이다.
강 총감은 "중국의 젊은 엔지니어들, 특히 1980년을 전후해 출생한 직원들은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넘치고 성공에 대한 열정으로 충만해 있다"며 "무서운 엔지니어들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LCD 기술 분야에서 머지않아 중국이 한국을 능가할 것으로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이 LCD산업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총감은 "중국 정부는 해외 유학파 인재뿐 아니라 해외 석학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며 "자녀 교육문제 해소, 유학파간의 교류 확대, 기업 창업 지원, 정부 차원의 자금지원 등 다양한 정책적 혜택을 통해 인재들을 중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징둥팡 역시 유학생들에게 승진이나 연봉 정책 등의 분야에서 여러 혜택을 주고 있다. 핵심 인재의 싹이 보이는 직원에게는 과감하게 미국이나 서구 각지로 해외연수를 보내는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강 총감은 "거대한 시장과 장기적인 비전이 있는 데다, 정부까지 나서 유학생들을 끌어들이니 인재들이 중국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라며 "실력 있는 유학파들이 귀국을 꺼리는 우리나라와는 여러 모로 비교된다"고 토로했다.
징둥팡은 현재 4개의 LCD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베이징에 월 생산량 유리기판 6만장 규모의 5세대 공장과 12만장 규모의 8.5세대 공장이, 허페이에 10만장 규모의 6세대 공장이, 청두에 4만5000장 규모의 4.5세대 공장이 LCD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공장 두 곳의 생산관리를 강 총감이 책임지고 있다.
2003년부터 징둥팡에서 근무한 그는 징둥팡의 대규모 투자와 매서운 기술 추격전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혀가 내둘러진다고 말했다.
징둥팡의 투자계획에 따르면 내년 초에 허페이에 월 생산량 유리기판 9만장의 8.5세대 공장이, 네이멍구(內蒙古) 어얼둬쓰(鄂爾多斯)에 월 생산 5만7000장 규모의 4.5세대 공장이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2015년에는 충칭(重慶)에서 12만장 규모의 8.5세대 공장이 양산에 들어가며, 2016년에는 10세대 공장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LCD공장이 매년 들어서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징둥팡은 하이디스를 인수한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과거 현대전자의 LCD사업부문이었던 하이디스를 인수한 2003년 이후 징둥팡은 LCD사업에 매진했다. 10여년간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현재 중국의 가장 큰 LCD업체로 성장했다.
강 총감은 "10년 전 징둥팡은 그룹 매출이 4000억원가량이었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268억 위안(한화 약 4조8000억원)으로 10배 이상 성장했다"며 "이 중 LCD부문 매출은 230억 위안(4조1000억원)"이라고 소개했다.
징둥팡은 올해 전체 매출 350억 위안, LCD부문 매출 300억 위안을 목표로 정했다. 5년 내에 생산규모로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에 이은 글로벌 3위, 이익률에서는 세계 1위에 올라서겠다는 것이 징둥팡의 야심찬 목표다.
LCD를 비롯한 각 업계에서 이미 경쟁력 있는 중국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현지 인재 역시 속속 배양되고 있는 현실에서 중국에서 성공하기란 예전에 비해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중국 업체에서 매일 중국인들과 부대끼고 있는 강 총감은 "한국에서 취업하기 어려우니 탈출구로 중국행을 선택해서는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중국에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 중국 전문가가 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진 한국인이라야 현지에서 진정한 성공을 일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