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음주 상태로 사우나 불가마에서 잠을 자던 중 사망했다면 상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달 28일 평소 건강한 화물차 운전자 A(55)씨가 음주 상태로 사우나 불가마(약 74도)에서 수면을 취하던 중 사망한 사건에 대해 상해보험금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조정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0월 5월 저녁 늦게까지 술을 마신 뒤 인천에 위치한 한 사우나의 불가마에서 잠들었다 이튿날 오전 7시 종업원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유족들이 부검을 원하지 않는데다, 타살 혐의를 찾지 못해 A씨의 사망 원인을 가말실의 높은 온도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했다.

당시 보험사는 A씨에게 상해사고로 볼만한 외상이 없고, 사망 원인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그러나 조정위는 A씨의 사망을 상해로 규정하고, 해당 보험사에 보험금을 지급토록 했다.

건강한 사람도 고온의 사우나 불가마에서 장시간 잠을 잘 경우 사망할 위험이 높은 만큼 사고의 개연성을 무시한 채 의학적으로 사망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것은 부당하다는 해석이다.

A씨가 가입한 상해보험의 약관상 보험 지급 조건은 사고가 급격성, 우연성, 외래성을 모두 충족함과 동시에 사고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조정위는 사건 정황을 감안할 때 A씨의 사망 사건은 보험금 지급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김태경 금감원 분쟁조정국 부국장은 “이번 결정은 상해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증빙이 없더라도 사고의 개연성이 충분하다면 상해사고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책임을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부검을 하지 않아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에 소극적이었던 보험사들의 보상 관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