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3가지가 없다
2013-05-29 18:49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출범시키며 독자세력화에 나섰지만 신당 창당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유력 정치인들이 안 의원 측에 합류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은 연대 대상 1순위였다. 내일의 최장집 소장이 손 고문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어 '손학규-안철수' 연대설은 기정사실화됐다.
그러나 손 고문 측은 29일 "안 의원과의 연대설은 지나친 상상력이다. 손 고문은 3세력의 성공사례는 유럽에도 없다고 했다"며 "민주당 안에서 답을 찾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독일 베를린에 머물고 있는 손 고문은 독일 현지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이런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 측 송호창 의원도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광주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는 민주당 천정배 전 의원도 영호남 연대의 관점에서 안 의원 측의 영입 대상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천 전 의원도 아무런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의원은 출신이 영남이기 때문에 세력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호남 천정배, 수도권 손학규 식의 연대 밑그림을 그려볼 만하다"며 "그러나 손 상임고문이나 천 전 의원은 움직임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 측에는 확실한 핵심 조직이 없다. 싱크탱크 격인 내일이 출범했지만 정책생산소의 이미지가 강하고 지역포럼이나 시민단체와 연대하는 등 느슨한 구조다. 이 때문에 신당을 창당하기 위해선 보다 정파성을 띤 창당기구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 의원 측 정기남 정무보좌역은 "현장을 중심으로 생산적인 정책을 만들기 위해 한동안 내일 체제로 가면서 10월 재·보선에 나선 인사들을 정치권과 잇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창당계획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내부의 이념적 좌표도 안갯속이다. 최 이사장이 최근 한 강연에서 '안철수 신당'의 노선에 대해 "“민주당보다 진보적인 자세의 정당이 필요하다"며 "안 의원의 정치 조직화 활동 등에 노동문제가 중요한 구성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안 의원 측이 중도에서 벗어나 노동 중심 진보정당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대두됐다. 그러나 안 의원 측근그룹에선 중도지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절차적 민주화를 넘어 내용적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선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발생한 고용의 유연화 문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라며 "여야 모두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자유주의 체제를 극복하고 노동문제를 풀어낸다고 해서 무조건 '극단적 좌파' 정당을 창당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합리적인 우파와 좌파는 모두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세력"이라며 "반대로 극우, 극좌는 배제 대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