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의 '고심', ‘공급은 느는데 수요는 제자리’

2013-05-27 15:35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해운업계에서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수요가 좀 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와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가 최근 발간한 ‘2013 한국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년 12월31일 현재 국외 물류를 수송하는 국적외항선 수는 1036척으로 처음으로 1000척을 넘어섰다.

지난 2003년 493척이었던 것을 비교하면 10년 만에 두 배가 넘는 수로 증가한 것이다. 특히 해운업계의 불황이 시작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국적외항선 수는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국내 해운선사들의 실적은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국내 1, 2위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 2011년 적자로 돌아선 이후 지난해 각각 1097억원과 50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벌크선사 1위이자 전체 해운업계 3위인 STX팬오션 역시 지난 2011년 적자로 돌아서 지난해 19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중소 해운사들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해운업체 절반 이상인 56%가 지난해 영업이익이 두배가 넘는 146%포인트 감소했다.

이 조사에서 국내 해운사들의 30%는 “올해도 버티기 힘들다”고 답해 업계 위기감에 대한 심각성을 드러냈다.

국내 및 글로벌 해운시장의 위기는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컨테이너선 시장의 지표를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지난 24일 기준 991.25를 기록하며 지난해 2월 1450선까지 올랐다가 그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도 지난 2008년 1만 포인트를 넘기며 호황기를 보냈지만 2009년으로 넘어오면서 급락, 27일 현재를 기준으로 826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해운시황 동향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현재 해운시황은 꾸준히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으나 지난해까지 선복량 과잉 문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등 여전히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물동량 증가율이 선박의 공급과잉 해소에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고연비 선박 확보경쟁에 따른 신규 수요와 중국 조선소들의 물량 등 선박 공급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덴마크의 머스크 등 초대형 글로벌 해운선사들이 자국의 금융지원을 바탕으로 최근 발주량을 늘리며 시장장악력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국내 해운사들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운시장이 바닥을 찍었다고 하지만 다시 해운업계가 호황기로 돌아설 수 있다는 확실한 지표도 없는 상황”이라며 “우선은 불황기에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더디게 진행 중이어서 해운업계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최근 해운업계 지원을 위해 기획된 해운보증기금 설립문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의 정책금융기관 TF(태스크포스)를 통해 논의되고 있으나, 올해는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당장 설립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