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CJ비자금 외국계투자 가장 자사주 ‘뻥튀기’수사
2013-05-26 20:05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CJ그룹의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그룹 측이 외국계 투자를 가장해 비자금으로 계열사 주식을 반복 거래하면서 차익을 실현, 비자금 규모를 늘린 정황을 포착, 수사 중이라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26일 검찰과 금융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해외 자산운용사인 T사 등이 2004년, 2007년, 2008년에 CJ㈜와 CJ제일제당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가 단기간에 매도하는 과정에 국내외 비자금이 동원된 것으로 의심하고 주주·지분 변화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실제로 T사의 CJ 지분율은 2003년 12월부터 2004년 1월 사이에 5.03%에서 6.14%로 확대됐다. 이후 지분은 2005년 6월까지 10% 가까이 증가했으며 증시에 공시된 주식 보유 목적이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뀌었다.
또 2005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T사를 통해 CJ 주식이 매매되면서 주가는 3만원대에서 7만원대까지 오르는 등 2배 이상 급등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재현 회장이 국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을 임직원 명의의 차명 계좌에 분산 입금한 뒤 T사 등이 CJ와 CJ제일제당 주식에 투자하는 형태로 거액의 매매 차익을 남겼고 이를 통해 비자금을 불렸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CJ그룹의 비자금과 관련이 있는 계좌주들이 해외 펀드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해 CJ 계열사 주식을 대거 사들였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해외 펀드는 외국 자본으로 포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CJ그룹의 비자금이 주로 동원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상장사 지분을 확대하면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라고 판단해 주가가 오르는 효과가 생긴다. 또 ‘검은 머리 외국인’의 투자 자금이 오너 일가의 비자금이 맞다면 우호 지분으로서 그룹 지배·경영권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이같은 투자 방식은 홍콩,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비자금을 관리하고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국내에 투자했다는 기존 의혹과도 궤를 같이 하는 ‘비자금 불리기’ 수법으로 볼 수 있다.
앞서 검찰은 24일 거래소에서 CJ와 CJ제일제당의 2004년, 2007년, 2008년 등 3년치 주식 거래 내역을 넘겨받아 주요 주주의 변화와 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금액 변동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누가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주요 주주가 됐고 동원된 계좌는 실명인지 차명인지, 대량 매매에 동원된 자금의 원천은 무엇이고 차익에 대한 세금을 냈는지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관련 당국에서 해당 시점의 ‘주식 등 변동상황 명세서’와 ‘특수관계자 간 거래 내역서’ 등을 이미 확보했다.
검찰은 주식 거래 내역에 대한 분석이 일단락되면 주주·지분 변동과 관련한 실태 파악을 위해 CJ그룹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