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주택 임대관리 시대' 개막
2013-05-13 18:30
월세 중심 시장 재편 힘받아 본격 추진<br/>고가 임대료·국회 처리시한이 주요 변수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평소 오피스텔 임대수익에 관심이 많던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큰 마음 먹고 서울 강남구에 들어서는 전용면적 20㎡짜리 오피스텔을 지난달 분양받았다. 바쁜 회사생활 탓에 세를 놓아 관리하는 게 쉽지 않아 걱정이 많았지만, 공급업체가 임대를 대행하고 확정된 임대수익도 보장해준다고 해 믿고 분양계약한 것이다.
주택 임대시장이 월세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체계적으로 임대사업을 진행하는 '기업형 주택 임대관리'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전문적인 임대관리 기법을 도입해 임대인의 부담을 덜고 임차인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업체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자사 단지를 대상으로 비슷한 형식의 임대관리 시스템을 선보이는 업체도 있고, 합작 형태의 회사 설립을 추진 또는 검토 중인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까지 임대관리에 대한 개념이 생소한 데다가 임대료 인상 및 사업성 저조 등의 리스크도 있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차인 알선·수납·관리, 모든 업무 척척
기업형 주택임대관리란 말 그대로 주택임대 관리를 맡은 기업을 뜻한다. 임차인 알선부터 임대료 수납, 주택 관리까지 임대주택 전반의 서비스를 담당한다. 임대사업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이미 레오팔레스21·다이와리빙 등 대형 주택임대관리업체가 수십만 가구의 주택을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형 임대관리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유는 일본처럼 임대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 조사에서 2008년 56.4%에 달하던 자가 점유율은 2010년 54.3%, 지난해 53.8% 등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반면 월세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1년 1월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의 비중은 22%였지만 올 3월에는 29.7%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는 '4·1 부동산 대책'에서 시중 여유자금을 활용한 민간 임대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설·임차인 관리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주택임대관리업'을 신설하고 세제혜택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대시장이 활발해지면 임대사업 규모도 커지고, 전·월세 시장 안정 및 주택거래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몇몇 업체들도 주택임대관리업에 관심을 가지고 해당 사업 진출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이다.
국내 주택관리업체인 우리관리는 지난해 일본 레오팔레스21과 우리레오PMC를 설립했다. 임대주택 서비스 제공과 임차인 알선, 임대주택 공급 등 적극적 관리에 앞장서겠다는 게 회사 목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레오팔레스21과 기본 매뉴얼 등을 작업 중"이라며 "오는 7~8월께 사업 대상 물색에 나서 연내 본격적으로 임대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신영은 지난달부터 서울 강남 보금자리지구에 공급하는 '강남 지웰홈스' 오피스텔에 대해 임대 알선 및 임대료 수납 등의 업무를 수행 중이다.
신영 관계자는 "현재 5.5%의 확정 임대수익을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 회사가 공급할 단지를 중심으로 해 임대관리업체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더프라우Ⅱ'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 소유권을 이전한 임대인에게 임대료를 지불하고 임대차 관리 등 임대관리 전반을 맡는 임대관리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 계약자에게는 3년간 연 6%의 확정 임대수익이 제공된다.
이밖에도 KT의 자회사 KT에스테이트는 일본 다이와리빙과 함께 임대주택 관리업체 KD리빙을 설립해 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대형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도 미쓰이그룹 계열사인 미쓰이부동산을 모델로 임대주택관리사업에 대한 진출을 검토 중이다.
◆수익·사업성 변수… 빠른 국회 통과가 관건
기업형 주택임대관리업은 갈수록 커지는 임대시장 트렌드에 맞춘 분야로, 기업들이 속속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우선 월세 거래에 기업이 끼어들게 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임대료 인상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임대료를 다른 단지와 비슷하게 하면 사업성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안소형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월세의 경우 아직도 '나가는 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서 월세 인상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단지보다 임대료가 비싸면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법안의 빠른 국회 처리도 관건이다. 현재 주택임대관리업 신설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으로 다음달 국회에서 통과되면 12월부터 본격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중개업계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공인중개사들은 임차인 선정이나 임대차계약 체결 등 실질적인 중개업무가 임대관리업계로 넘어갈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공인중개업계는 올해 초에도 주택임대관리업 통과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주택임대관리업 진출을 검토 중인 업체 관계자는 "시행령이 마련돼야 세부 대상이나 인센티브 등의 조건을 알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며 "법안이 시행되고 불확실성이 걷히고 나서야 업계의 진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