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삼성 같은 ‘창조경제’ 따라가긴 하겠는데···

2013-05-13 16:15

아주경제 채명석·이재호·이혜림 기자= 13일 삼성그룹이 내놓은 ‘창조경제’ 정책에 대한 새로운 투자계획에 대해 재계는 긍정적인 시각과 다소 부정적인 시각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일단, 재계는 창조경제 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어떻게 해서든지 지향점과 방법에 대한 결과물을 곧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은 이날 “삼성에서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일부 기업에서도 지금 창조경제와 관련된 비슷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A그룹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재계 맏형으로서 먼저 통 큰 지원안을 낸 것은 재계에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라면서 “그룹 내부 차원에서 작성중인 창조경제 관련 투자계획에 삼성의 사례를 참고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B그룹 관계자도 “우리는 지난해와 올해 대규모 시설 투자를 마무리하기 때문에 연초에 세운 투자 계획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 확대와 일자리 창출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당황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에 맞춰 경제사절단을 구성해 다녀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날 발표가 자발적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느냐는 것이다.

C그룹 관계자는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업들이 이벤트성으로 정책에 부응하는 계획을 이벤트성으로 발표한 뒤 지속성을 갖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왔다”며 “10년에 걸쳐 진행될 삼성의 계획이 다음 정권에서도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D그룹 관계자도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가 생존을 위해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만들어내는 자기 동력이 필요하고 또 그렇게 하고 있는 게 큰 틀에서 창조경제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며 “이러한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은 배제한 채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정치권의 논리에 휘둘릴 경우 기업의 창조경제 의지는 피워보지도 못한 태 퇴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창조경제 정책에 호응하는 투자계획을 마련하긴 하되 삼성그룹을 따라가느냐, 아니면 차별화 방안을 내놓느냐 라는 대기업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