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조기 귀국 지시했나' 윤창중-청와대 간 진실게임
2013-05-12 16:18
아주경제 주진 기자=‘윤창중 스캔들’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청와대 간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남기 홍보수석으로부터 조기 귀국을 종용 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이 수석은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중도귀국 논란과 관련, “미국 경찰에 소환돼 조사받는 수도 있고, 수사공조체제가 돼 있으니 귀국해서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방미팀의 설명을 윤 전 대변인이 듣고 자진귀국했다는 청와대 측의 설명을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면 부인했다.
그는 “제가 경제인 조찬 행사를 마치고 수행원 차량을 타고 오는데 이 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와 ‘할 얘기가 있다’고 해 영빈관에서 만났다”면서 “그러더니 (이 수석이)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리 워싱턴을 떠나서 한국으로 돌아가야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변인은 “제가 이 수석에게 ‘잘못이 없는데, 왜 제가 일정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된단 말인가. 그럴 수 없다. 제가 해명을 해도 이 자리에서 하겠다’고 말했지만, 이 수석이 ‘1시반 비행기를 예약해놨으니 내가 머물고 있는 윌러드 호텔에서 핸드캐리 짐을 찾아 (미국을) 나가라고 말해서 상관인 이 수석의 지시를 받고 제 카드로 비행기 좌석표를 제가 사서 인천공항에 도착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수석은 경제인 조찬 행사를 마치고 윤 전 대변인을 영빈관 앞에서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5분 남짓 얘기를 나눴을 뿐 충분한 상황 파악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충분한 시간도 없어 귀국을 종용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 수석은 10일과 11일 기자들과 만나 “8일 오전 9시 20~30분쯤 윤 전 대변인을 영빈관 앞 길거리에서 만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정도의 대화를 5분 정도 나눈 것으로 기억한다”며 “윤 전 대변인의 주장처럼 귀국을 종용했다거나 비행기 예약을 했다는 얘기는 한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서울로 간다는 말을) 저한테 하지 않았고 그때 저로서는 전혀 결정할 수 있는 정보가 별로 없을 때니까 다른 관계자랑 상의하라”며 “저랑 이야기할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광삼 청와대 대변인실 선임행정관은 “윤 전 대변인의 중도 귀국을 누가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본인이 결정했다”고 답했다.
청와대 측은 8일 상황에 대해 조찬 행사 직전 홍보비서실과 윤 전 대변인 간에 ‘1차 통화’가 있었다며 당시 통화에서 윤 전 대변인은 주미(駐美) 한국문화원에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와서 울고 있다고 말을 전해 듣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먼저 귀국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또 행사 직후 이어진 ‘2차 통화’에서 윤 전 대변인이 홍보비서실로부터 미국 경찰의 수사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받은 뒤 조기 귀국을 결정하고, 비행기표문의까지 해왔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방미단의 주요 관계자들에 대한 자체조사를 벌여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여부와 귀국 과정에서의 청와대 관여 여부 등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윤 전 대변인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청와대의 조직적인 사실 은폐 의혹과 안일한 대처 등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