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떨군 제약업계 웃게하는 '해피드럭'
2013-05-02 07:37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거듭된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약업계에 해피드럭이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피드럭이란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행복지수를 높여주는 약물을 뜻한다. 발기부전치료제·비만치료제·탈모치료제 등이 대표적이다.
노인 인구의 증가, '얼마나'가 아닌 '어떻게' 사느냐에 더욱 의미를 두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해피 드럭에 대한 수요 확대를 이끌었다.
특히 화이자가 1998년 비아그라를 시장에 내놓은 이후,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국내 제약사들까지 잇따라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뛰어들면서 날선 경쟁구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규모는 1180억원대로 추산된다. 2009년 884억원 수준이었던 것이 3년 사이 300억원 넘게 증가하며 시장규모는 9%, 판매량은 최소 30% 이상 늘었다.
비아그라 이후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시알리스를 앞세운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가 줄곧 이끌어왔다.
하지만 발기부전치료제의 성장 가능성과 향후 수요 확대를 예상한 국내 제약사들이 연구개발에 매진하면서 품질과 브랜드 파워의 차이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지난해 지난해 5월 비아그라 물질특허가 만료되며 수십여종의 비아그라 제네릭 품목들이 쏟아진 가운데, 발기부전치료 관련 제품 판매 상위 5위에는 한미약품의 팔팔, 동아제약의 자이데나, SK케미칼의 엠빅스가 포함됐다. 시장 구도 자체가 변화한 것이다.
한미약품의 팔팔은 빠른 시기에 시장에 안착한 경우다.
의약품시장조사기관 IMS 헬스데이터에 의하면 팔팔은 지난해 2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팔팔의 판매가격이 비아그라 대비 최대 2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처방규모는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화이자가 제기한 비아그라 디자인권 모방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하며 시장 장악에 더욱 힘을 얻게 됐다.
동아제약의 자이데나는 지난 3월 국내 안정성평가연구소(KIT)의 동물실험에서 합격점을 받아, 올해 하반기 미국 FDA 허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번 동물시험 자료와 함께 지난해 진행한 임상시험 자료가 적격 판정을 받을 경우 이르면 오는 하반기, 늦어도 내년에는 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자이데나는 중국·러시아·인도·아랍에미리트 등에 수출되고 있다.
SK케미칼의 엠빅스는 지난해 12월 기존 용량의 두 배인 ‘엠빅스에스 100mg’을 출시해 호응을 얻었다. 용량을 높여 강력한 효과를 보이면서도 가격을 기존 동일 용량 정제 대비 50% 수준으로 공급한 것이 주효했다.
앞서 엠빅스는 필름형 제재를 선보이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SK케미칼은 올해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일부 언론의 보도와 달리 식약처가 오남용 등을 이유로 처방전 없이 발기부전치료제를 판매하는 것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 때문에 관련 제품 매출이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시장 주도권을 잡은 국내사들 간 경쟁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