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험난한' 행복기금, 연착륙 할 수 있을까?

2013-04-23 18:38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박근혜정부의 주요 금융정책인 국민행복기금 운영이 본격 시행됐지만, 행복기금을 둘러싼 논란과 불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국민행복기금 감시단(이하 감시단)'을 조직하면서 행복기금을 견제·감시하겠다고 예고했을 정도다. 행복기금이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인정받는 성공적인 정책으로 연착륙하는 데까지는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23일 금융당국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행복기금 가접수에 2만명이 넘는 신청자들이 몰린 가운데 행복기금 졸속 운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행복기금 가접수 첫 날인 지난 22일 전국에서 1만2367명, 다음날 오후 1시30분 현재까진 무려 2만2000여명이 채무조정을 신청해 행복기금에 대한 채무불이행자들의 높은 관심이 잘 나타났다. 또 이날 금융당국과 금융 유관기관의 수장들이 참여한 서민금융 간담회에서는 행복기금 신청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공개됐다.

세 명의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남성은 결혼 당시 받은 전세자금대출과 생활비를 위해 사용했던 카드빚을 감당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공개했다.

또 가게를 운영하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 빚을 지게 된 자영업자, 친구의 소개로 한 회사에 투자했다가 빚더미에 앉은 직장인 등도 행복기금에 대한 기대감과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들 모두 적정 수준에서 정부 지원만 이뤄진다면 성실히 빚을 갚을 의지가 있는 채무불이행자들이었다.

그러나 행복기금 자체에 대한 민심은 여전히 싸늘한 게 사실이다. 아울러 감시단은 한국자산관리공사 강남본사에서 집회를 갖고 행복기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했다.

행복기금에 대한 형평성 문제뿐 아니라 운영방식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점과 의혹들에 대한 논란이 들끓자 금융위원회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듯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행복기금이 기존 채무조정제도와 차별화된 게 없다는 지적에 대해 금융위는 "과거 어떤 채무조정 프로그램보다 참여한 금융회사가 대폭 확대돼 더욱 광범위한 채무조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채무조정을 신청할 경우 채권 매각을 의무화해 신속하고 효과적인 채무조정이 가능하며, 채무감면율이 최대 50%(기초수급자는 최대 70%)로 혜택의 폭이 크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금융회사가 이미 손실처리한 장기연체채권을 매입해 금융회사를 도와주는 셈이 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연체채권 매입 시 회수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매입가격을 결정함으로써 금융회사에 대한 특혜가 없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행여나 우려됐던 점이 현실이 될 경우 정부와 행복기금에 대한 신뢰 및 실효성은 바닥에 떨어지게 된다. 감시단에서 활동 중인 백운광 참여연대 팀장은 "행복기금 이사진에 금융권 관계자뿐 아니라 채무자와 납세자 대표도 참여하도록 정부에 요구하겠다"며 "행복기금이 올바로 운영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좋은 뜻으로 행복기금이 마련됐지만 서민들로부터 공감과 신뢰를 얻는 게 쉽지는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