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거수기 vs 반란군…사외이사 역할 딜레마
2013-04-08 14:38
금융증권부 장기영 기자. |
한 보험사 사외이사가 여론의 이중적 잣대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사외이사는 전문적 지식이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경영 전반에 폭넓은 조언과 전문지식을 구하기 위해 선임하는 외부 비상근이사다.
이들은 1~2개월 단위로 회사의 중요 안건을 처리하는 이사회에서 찬성 의사를 표시할 때마다 경영진의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 일쑤다.
그러나 정작 특정 안건을 처리를 저지할 경우 오너 또는 대주주와 이사회 간 불화설에 연루돼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실제로 한 대형 손보사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사회이사들의 반대로 전 대표이사의 대표이사 선임안 처리가 무산돼 곤혹을 치렀다.
사회이사들의 반발을 반란으로, 경영진과의 의견 대립을 불화로 받아들이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대주주의 독단 경영과 전횡을 막기 위해 선임하는 사외이사는 언제든지 찬성 또는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주로 대학 교수나 변호사, 공인회계사, 언론인, 퇴직 관료 등 전문가로 구성된 사외이사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예를 들어 이사회에서 특정 안건에 찬성했더라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개선안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전직 관료를 우대하는 묻지마식 전관예우와 입맛에 맞는 사람만 선호하는 일부 기업의 사외이사 선임 관행은 사외이사의 반대를 거수기의 반란으로 변질시켰다.
사외이사들의 보수나 이사회 출석 일수가 줄곧 도마에 오르는 것도 이 같은 문제 때문이다.
보험사를 비롯한 기업들은 사외이사제도의 도입 취지를 들여다보고, 올바른 제도 정착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