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아·태 금융포럼> 정성춘 대외경제정책硏 실장 "日 위기극복 방안, 답습 말아야"
2013-03-28 10:19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최근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일본식 장기불황을 닮아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의 위기 극복방식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경제실장은 28일‘저성장시대 일본 금융기관의 경영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발표에서 일본의 지난 불황과 극복방안들을 차례로 소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정 실장에 따르면 일본은 고도성장기였던 지난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경제성장률이 평균 9.1였지만 이후 1990년도까지 4.2%로 떨어졌다. 1991년부터 2011년까지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0.8%로 바닥에 가까웠다.
아울러 양적완화 정책의 지속, 일본 국채수요 증가 등으로 장기금리는 현재 1%가 채되지 않는 상황이 됐다. 주가와 지가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민간기업은 90년대를 기점으로 자금 부족 부분이 줄고 잉여부문이 늘었다. 정 실장은 "과잉 채무를 청산하기 위해 부채 상환에 집중하면서, 궁극적으로 기업의 대출 수요를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그는 "자금수요가 줄면서 은행에 자금이 남아돌고 예대마진도 축소됐다"면서 "현재 일본은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에 부딪쳤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예대마진 악화 가속화에 대비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지자체 대출 등에서 활로를 모색했으나 이 또한 한계에 봉착한 상태다. 신규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일본은행들은 이제 수수료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 대상의 신디케이트론 주관 수수료, 개인 대상으로 한 투자신탁과 연금·보험판매 수수료 등이 그것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고령화와 소득 및 인구 감소 등으로 가계저축과 대출 수요의 감소는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금융기관 수익성도 악화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정 실장은 "일본 금융기관들의 보수적 운영 탓에 신규 투자모델 개발을 하지 못하고 20년간 시간을 낭비했다"면서도 "금융기관의 통폐합 등을 통한 경영합리화로 비용절감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현재 수수료 사업에 대해서는 "새로운 경영기법 개발과 인재양성에 의한 수익창출이 아니라 오히려 독점력에 의해 과도한 수수료율을 설정, 소비자들을 착취하고 있다"면서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정 실장은 "우리나라도 부동산 시장과 성장률, 인구구조 등을 살펴보면 앞으로 일본과 똑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며 "일본의 안이한 경영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진취적인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