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행정처분 강화한다지만…
2013-03-27 17:39
리베이트 개념·처벌 기준 모호해 현장에서는 혼란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압박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와 의약사 쪽에서는 리베이트 처벌 강화를 위한 모호한 기준 등으로 영업과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보건복지부는 다음달 1일부터 의약품·의료기기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수수할 경우 행정제재 처분을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강화된 내용에 따르면 리베이트에 대한 가중처분 기간이 종전 1년에서 5년으로 연장된다. 제공자 업무정지 기간도 확대되며 3차 적발 시 해당 품목의 허가가 취소된다.
최근 3년 간 의약품 리베이트로 판매정지 및 과징금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을 받은 제약사는 50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1월부터 총 27개사 595개 품목이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1개월의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제약사나 의약사는 의약품 마케팅과 리베이트라는 개념과 기준이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기준의 모호함 때문에 지금까지 합법적으로 진행돼 온 자문이나 강의에 따른 금전 제공이나 마케팅도 펼치기도 어려다는 것이다.
더욱이 올초 동아제약과 CJ 등 상위제약사들이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른 데 이어, 최근에는 중견제약사들에까지 잇따라 압수수색을 받는 등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의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 의약계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둘로 나뉜다.
대다수의 병·의원들이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방문을 반기지 않고 있다. 혹시 의·약사를 만나게 되더라도 영업과 관계된 이야기를 꺼내기 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국내 상위제약사 영업사원은 "요즘은 기존 거래처와 관계를 유지하는 정도에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규 거래처 개척은 꿈도 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리베이트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애매한 처벌 기준과 단속 강화가 오히려 음성화를 부추긴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평일이 아닌 주말에 방문을 약속하거나, 눈에 띄지 않도록 캐주얼 차림으로 내원을 요구하기도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한 국내 제약사 영업본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리베이트 관행과 이에 맞춰 설계돼 온 영업·마케팅 전략이 수정돼야 한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제약사들도 리베이트 없는 영업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변화와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회사는 물론, 현장에서의 영업사원들도 매우 혼란스러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