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안전사고 비상…'안전불감증' 심각
2013-03-25 07:59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올해 들어 반도체·화학공장 등 주요 산업시설에서 잇따라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고 발생 이후 늑장 대응하는 사례가 빈번해 업체들의 안전불감증과 더불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안전관리 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올해 들어 알려진 안전사고만 9건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알려진 산업계 안전사고는 9건에 달한다.
지난 22일 밤 경북 구미시 임수동 LG실트론 구미공장에서는 불산·질산 등이 섞인 혼산액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일 불산 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20일 만이다.
같은 날 오전 청주산업단지 내 SK하이닉스반도체 청주공장에서는 염소가스가 누출됐다. 이날 오후 포항시 남구 동촌동 포항제철소 공장에서는 용융로(용해로)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폭발사고와 함께 불이 났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화학공장에서 야간작업 중 일어난 폭발사고로 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5일에는 경북 구미공단 내 화공업체인 구미케미칼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돼 167명이 진료를 받았다.
지난 1월 27일에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배관교체 작업 중 불산이 누출돼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당했다.
같은 달 15일에는 청주산단 내 유리가공업체에서 희석된 불산이 대량으로 새어나왔다. 1월 12일에는 경북 상주 청리산업단지 내 웅진폴리실리콘 태양광발전 소재 생산 공장에서 염산이 누출돼 주민 760명이 대피했다.
◆부실 대응 논란…안전관리 시스템 미비
이 같은 안전사고는 하나같이 부실한 대처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주 발생한 LG실트론과 SK하이닉스 사고의 경우 발생 4~6시간 만에 늑장 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LG실트론은 지난 2일 1차 사고 때도 자체 신고가 아니라 소방당국의 문의로 16시간 만에 사고발생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사고 은폐 측면에서 가장 심각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1월 27일 오후 1시 22분에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불산 누출 사고는 이튿날 오후 2시 15분께 알려졌다. 치료를 받던 작업 인부가 숨지자 병원 측이 경찰서로 신고하면서 26시간 만에 누출 사실이 공개됐다.
특히 연이은 유해물질 누출사고와 폭발사고는 산업계 전반에 걸친 사고 예방과 안전 관리상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발생한 산업계 안전사고 가운데 인명 피해가 가장 컸던 대림산업 폭발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참사로 꼽힌다. 사고 현장의 설비는 1989년 설치돼 20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건비를 아끼고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연장근무를 강행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급속히 확대·발전하는 생산설비에 걸맞은 안전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일상적인 안전관리 능력이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 데다 사고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을 강제할 안전장치도 미비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