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방통위 수장에 ‘복심’ 배치

2013-03-25 09:03
이경재 방통위원장 내정…‘방송 장악’ 논란 야기될 듯<br/>‘성접대 의혹’ 법무부 차관 제외한 차관 인사 마무리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차관 및 차관급 인사 8명을 발표하면서 장관급인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명하자 춘추관 기자실이 술렁거렸다.

방통위원장에 내정된 이경재 전 의원이 4선의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이라는 점에서다.

지난 21일 정부조직법 처리의 막판 쟁점이던 지상파 방송 허가·재허가권과 종합유선방송(SO) 및 위성방송사업자 등에 대한 변경허가 권한을 민주통합당의 요구대로 방통위에 대폭 넘기게 되자 그 수장에 자신의 '복심'을 앉혀버린 것이다.

전신인 방송위원회 때부터 봐도 정치인 출신이 방통위원장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방송장악'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인선 배경에 대해 "(이 내정자는) 4선 의원과 국회 문광위원을 지내 풍부한 경륜을 쌓아왔고 잘 아시다시피 언론인 출신"이라며 "방통위는 여야 정치권이 추천해 구성되지 않나. 정치 경륜과 언론에 대한 인식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강화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동아일보 정치부장을 역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주자유당 총재 시절 공보특보로 영입됐으며 청와대 대변인, 공보수석, 공보처 차관 등을 거쳤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캠프 선대본부 미디어홍보위원장을 맡았다.

지난 19대 총선 때는 쇄신 바람에 공천을 받지 못했으나 불출마 선언으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 대통령의 짐을 덜어주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날 기획재정부 1·2차관과 미래창조과학부 1·2차관 등 4개 부처 차관 6명과 차관급인 국무조정실 2차장, 금융위 부위원장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또 윤종록 미래부 2차관, 백승주 국방부 차관, 고영선 국무조정실 2차장 등 차관급 고위공직자 3명을 배출했다.

특히 백 차관 내정자는 인수위 전문위원 출신일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이기도 하다.

장관이 아직 임명되지 않은 부처인 미래부와 해양수산부 차관도 이날 발표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는 곧 진행될 예정인 최문기 미래부·윤진숙 해수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준비를 돕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변인은 이에 대해 "미래부와 해수부의 조기 출범을 위해 먼저 임명하게 됐다"며 "(특히) 미래부는 다른 부처로부터 인력과 조직을 모아야 하고 인사도 해야 하는데 차관이 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선을 (먼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당초 국무조정실 2차장에는 이호영 전 총리실 국정운영 2실장이 내정됐다고 청와대가 발표했으나, 이날 다시 2차장 인사를 발표하는 혼선도 있었다. 이 전 실장은 국무조정실 2차장이 아닌 총리 비서실장으로 갔다는 것이다.

윤 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총리실 직제가 바뀌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인사로 '고위공직자 성접대 의혹'으로 자진사퇴한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후임을 제외하고 새 정부 각 부처의 차관 26명의 인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