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핵연료 관리 해법은 공론화와 법제화뿐이다
2013-03-13 02:49
홍 장 희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 전문가과정 연구교수
1983년 당시 과학기술처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 사업 대책 위원회를 설립하고 원자력발전소와 병원, 비파괴 검사 등 산업체에서 발생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처분과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의 중간저장을 위한 부지 확보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따라 1990년도에 안면도를 후보지로 선정하였다가 소요사태로 백지화했고 이어 굴업도, 부안군 위도 등 여러 차례 지정 추진과 철회를 반복했다.
초기에는 과기처(1998년 이후 과학기술부)와 한국 원자력 연구원이 주체가 되어 부지 확보 사업을 추진했다. 굴업도 부지 선정 실패후 1996년 사업 주체를 사업 경험이 풍부한 당시 산업자원부와 한전으로 이관하게 됐다.
이후 정부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사용후 핵연료를 분리하여 관리하는 대책을 결정하고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 제정했다.
그 외에 유치지역에 양성자 가속기 사업도 연계 추진하고 한국 수력 원자력 주식회사의 본사도 이전하기로 하고 2005년 6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유치 공모결과 경주시, 군산시, 포항시와 영덕군이 유치 신청을 했다.
2005년 11월 이들 4개 지역에 대해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율이 가장 높은 경주시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부지로 최종 확정됐다.
20년 이상 오랜 시간과 많은 사회적 갈등과 비용의 대가를 치르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끝에 시급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는 일단 경주로 선정, 현재 처분 시설을 건설중에 있다.
그러나 2004년 중저준위 폐기물 분리 관리 정책 결정으로 인해 사용후 핵연료 관리 문제는 미결 과제로 남게 됐다.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원자력진흥위원회는 올 상반기에 공론화를 착수, 그 논의 결과를 토대로 관리대책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을 확정 발표한바 있다.
이는 매우 다행스러운 결정이지만 분리 관리 정책 결정이후 8년 이라는 귀중하고 오랜 시간을 허송세월한 셈이다.
현재 사용후 핵연료는 원전 부지별로 임시 저장 시설에 저장 관리하고 있으나 저장 시설을 확충하고 호기간 이송 저장해도 2024년이 되면 저장능력이 포화 상태가 되어 대책 수립에는 앞으로 12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아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더욱이 사용후 핵연료 관리는 중저준위 폐기물에 비해 부지 조건, 관리 기간, 안전성, 지역 수용성, 지원 대책, 건설 기간 등 모든 면에서 한층 더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과거의 실패와 성공 경험 그리고 선진 외국의 성공 사례에서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프랑스, 영국과 카나다는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로 사용후 핵연료 관리 방안을 마련했다.
이들 나라들은 관련법과 제도를 먼저 만들고 이에 따라 구성된 전담기관 또는 공론화 위원회에 독립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로드맵을 수립했다.
우리가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에 20년 이상의 시간과 커다란 사회적 갈등과 많은 비용이 소요된 것은 관리 방안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없었고 국회를 통한 정치권의 해결 의지가 없이 행정부에만 맡겨 놓음으로써 집권당과 지도자의 성향과 생각에 따라 추진과 중단의 반복과 무사주의로 지지부진 하게 된 것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각 정당들이 집권을 위해 기피나 혐오 대상이 되는 인기 없는 현안에 대해서는 선거철 마다 표를 의식한 뜨거운 감자로 취급돼 아예 거론조차 않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법제화를 통해 공론화를 의무화하고 처리 처분 부지 확보에 대한 로드맵을 수립하여 행정부에 강한 추진 동력을 부여 함 으로써 선거에 좌우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공론화의 내용, 수행기구, 수행방법과 기간, 이해 관계자와 국민들의 참여 보장, 결과에 대한 처리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최종 결과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담보해야한다.
경주가 중저준위 방폐장으로 선정된 후 2008년 3월에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을 제정했고 2009년 12월 공론화를 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그러나 이법은 당시에 당면한 중저준위 폐기물 관리 사업을 수행하기위한 전담기관의 설립과 재원 확보와 관리를 주목적으로 한 것으로 사용후연료 관리 방안을 수립하고 추진하기에는 턱 없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공론화를 의무화하고 공론화에 대해 위에서 언급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규정하고, 부지 선정 기준과 선정 방법, 추진 일정, 심층 처분 연구 게획, 지역 지원 대책 등에 대한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기준과 로드맵을 제시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특별법을 새로 제정해야 한다.
이와 같이 법제화를 함으로써 정권 교체나 집권당과 야당의 정책 방향이나 추진 의지에 구애돼지 않고 총선, 지방자치 선거, 대선, 각종 보궐 선거 등 줄줄이 이어지는 정치 일정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공론화 결과에 따라 관리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강한 동력을 갖게 될 수 있다.
새 정부의 정책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국가 에너지 관련 최대 현안 과제인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은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화와 그 결과를 토대로 하는 법제화가 최선이고 유일한 해결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