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위기 용산 개발사업 "공영개발이 답이다"

2013-03-06 18:38
전문가 "단계적 개발 등 대안"<br/>정치권, 정부 대책 마련 촉구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총 사업비 30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공영개발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이 시행만 하는 명목상 공영개발이 아닌 정부가 실질적으로 개입해 공공성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결국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설계 변경 등 전반적인 사업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 51만5483㎡ 부지에 국제업무·상업·문화·주거시설 등을 짓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자금조달 실패로 현재 부도 위기에 처해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 장기화로 사업성이 떨어지자 토지주인 코레일과 민간사업자들이 자금조달 책임을 미루며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양측은 현재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의 자본금을 1조원에서 5조원으로 증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돌파구를 찾은 듯 하지만 당장 이달 안에 갚아야 할 300여억원의 금융이자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문가들과 정치권은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일단 자본금 증자안이 통과돼 형식상 공영개발 전환은 가닥이 잡힌 상태다. 코레일이 받아야 할 토지대금 중 일부인 2조6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고, 나머지 1조4000억원은 민간출자사들이 출자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되면 코레일의 사업 지분은 57%로 늘어나 용산역세권 개발은 민자사업에서 공영개발사업로 바뀌게 된다. 현행법상 공기업 지분이 51% 이상이면 공영개발로 전환된다. 코레일은 이에 대해 "외형상으로만 공영개발 체제가 되는 것일 뿐 용산 개발사업은 기본적으로 민간 개발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의 개입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사업의 공공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과 정치권의 시각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는 "공영개발로 전환되는 만큼 정부 정책과도 연계해야 한다"며 "상업시설 일부를 서민 주거시설로 대체해 행복주택을 건립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도 "코레일이 토지비용에 대한 기대이익을 줄여야 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다"며 "개발 면적 축소나 단계적 개발 등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은 "공기업을 관리감독하고 코레일 지분의 100%를 가지고 있는 정부가 특단의 조치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인수위 부위원장 시절 "정부 주도 아래 코레일과 서울시, 민간 출자사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공영개발이 추진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개발사업지에 포함된 서부이촌동 일대 주민 보상 문제다. 공영개발 보상은 민간 개발사업과 달리 관련법규에 따른 보상만 가능하다.

코레일은 서부이촌동 주민들에게 보상금 및 민간혜택 1조원을 약속한 상태다. 현재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공영개발을 할 경우 보상금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삼성물산 등 민간 출자사들이 1조4000억원을 실제로 출자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코레일이 1조4000억원을 요구한 것은 용산개발 첫 사업인 랜드마크 빌딩 시공사로 선정된 삼성물산이 받게 될 시공비를 염두해 둔 것이다. 삼성물산은 5조원 증자안에 대해 큰 틀에서는 합의했지만 자신들이 모두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는 18일부터 진행될 감사원의 코레일 용산 사업 관련 감사도 관건이다. 감사원이 코레일의 용산 개발사업 자금출자에 대해 제동을 걸 경우 사업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