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퍼터 때문에 세계 골프계 양분되나

2013-03-06 12:03
USGA·R&A 사용금지 방침에 美·유럽PGA 양대 투어 입장 상반…선수들도 편갈라져

남자골프 세계랭킹 7위 애덤 스콧(호주)이 지난해 미국PGA투어 BMW챔피언십에서 롱퍼터를 들고 퍼트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PGA투어]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롱퍼터 사용 여부에 대한 논란이 편가르기 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골프계가 양분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세계골프를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지난해 11월28일 2016년부터 퍼터 일부를 몸에 대는 롱퍼터의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롱퍼터가 골프의 근본(규칙 14-1b)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두 기구는 이 방침에 대해 지난달까지 90일간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쳤고 곧 최종결론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견수렴과정에서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팀 핀첨 미국PGA투어 커미셔너는 지난주 혼다클래식 때 “미PGA투어에서는 롱퍼터 사용 금지에 대해 반대한다”고 말했다. 투어 선수회와 이사회의 의견을 모은 결과라고 했다. 미PGA투어와 별개 조직인 미국프로골프협회(USPGA)를 비롯해 미국 골프장보유자협회, 골프용품 제조업체들도 같은 입장이다.

그런가하면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브리티시PGA, 선샤인투어에서는 롱퍼터 사용 금지방침에 대해 지지의사를 나타냈다. 세계프로골프투어 가운데 미PGA투어 다음으로 규모가 큰 유러피언투어(EPGA)에서도 4일 USGA와 R&A의 지침을 따르겠다고 발표했다. 조지 오그래디 EPGA 회장은 “경기위원회와 선수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우리는 두 기구의 롱퍼터 사용금지 방침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롱퍼터 사용을 두고 세계 양대 투어인 미국과 유럽의 PGA투어가 상반된 입장을 보인 것이다.



투어나 단체 뿐 아니라 선수 개개인도 롱퍼터 사용여부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잭 니클로스, 톰 왓슨, 콜린 몽고메리 등은 사용금지에 찬성한다. 그 반면 스티브 스트리커, 필 미켈슨, 키건 브래들리, 어니 엘스, 베른하르트 랑거 등은 롱퍼터를 계속 쓰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즈는 지난주 “골프는 14개의 클럽으로 스윙하는 스포츠다. 퍼트도 스윙이어야 한다. 퍼터 끝을 몸에 부착하는 롱퍼터는 스윙이라고 할 수 없다.”고 사용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왓슨은 2년전 한국에 왔을 때 “롱퍼터로 퍼트하는 것은 스트로크가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가 하면 롱퍼터를 사용해 2011년 US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브래들리는 “USGA와 R&A의 방침이 나온 후 나는 사기꾼으로 몰렸다. 지난 40년간 롱퍼터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다가 갑자기 사용금지 조치를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또다른 롱퍼터 사용선수인 카를 페테르손은 “요즘 무인도에 와있는듯한 느낌이 든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꼬집었다.

USGA와 R&A는 이에 대한 최종결론을 올 봄에 낼 계획이다. 두 기구가 원안을 고수하고 미PGA투어에서는 이에 불복해 롱퍼터 사용을 허용하면 한 사안에 대해 두 가지 룰이 존재하게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