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부조직법에 발목 잡힌 박근혜 새 정부 갈 길은 멀고 산은 높다
2013-03-04 18:08
박기태(전 경주대 부총장)
새 정부가 온전하게 진용을 갖추어 출발하지 못하고 절고 있다.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안갯속에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새 정부 출범과 궤를 같이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벼랑 끝 대치 정국이다.
새 정부는 선거과정에서 미리 구상하고 공약한 정책과 철학을 실현하기 위하여 기존 정부 조직을 그에 맞게 바꾸어야 일을 시작할 수가 있다. 부처의 수장을 임명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진중한 이미지로 각인된 새 대통령이 고심하고 세심한 검토 끝에 나온 정부 조직 개편안이 국회의 여야 협상과정에서 입법화되지 못하고 있으니 새 정부는 일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속을 들여다 보면 문제의 쟁점이 보인다. 가히 첨단 미래과학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장래를 예측할 수 있는 핵심을 엿볼 수 있다. 새 정부가 제안하는 정부 조직의 핵은 신설 미래창조과학부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성장동력과 먹거리를 만드는 것을 창조경제라 이름 짓고 여기에 승부수를 띄우고자 한다.
문제는 한마디로 방송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데 있다. 야당은 새 정부가 구상하는 바에 그대로 따르면 방송의 인·허가권과 관련 법 재·개정이 독립규제기구를 떠나 부처 장관에게 장악되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기에 절대 양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 익히 보아 온 방송 장악에 대한 극도의 우려가 깔려 있다. 인·허가권은 방송의 목줄이고 광고는 밥줄인데 목줄 밥줄을 다 대통령 아래의 내각에 절대 맡길 수가 없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다. 결국 여기에 걸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여야의 한밤중 협상에서도 접점에 이르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이에 야당은 대변인 성명을 통하여 국회를 통법부로 여당을 거수기로 야당을 거수기보로, 강경권위주의 체제의 독재자들이 했던, 너무나도 염치없는 등의 아슬아슬한 수사를 통원하며 대통령 담화에 정면 반박을 했다.
과유불급이라. 충정과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나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 또한 국민이 바라는 아름다움 아닐까. 밀월의 시간이 실종돼 버린 우리 정치의 실상이 거칠고도 험하다. 엎친 데 덮친다고 새 내각의 꽃이라는 소리까지 들리던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도 나서기 전 자진 사퇴하였다.
사퇴의 변은 그의 뒷말까지 다 들을 까닭이야 없지만 '조국의 정치 상황에 한 방 먹임'을 잊지 않았다. 여야, 청와대 트로이카로 달리는 한국 정치는 어디로 가는가. 아직은 차갑지만 봄기운이 오는데 정치의 봄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