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관료출신 CEO 3인방의 3색 혁신

2013-02-24 14:24

좌측부터 조환익 한전 사장, 김균섭 한수원 사장, 고정식 광물자원공사 사장
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3인방의 경영 혁신이 화제다.

조환익·김균섭·고정식 사장 모두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능력과 성과 중심 인사로 '공기업=철밥통' 이라는 공식을 깨는가 하면 경영정상화를 이뤄내야 하는 어려운 시기에 구원투수라는 중책을 맡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변해야 산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혁신과 소통이 생존의 유일한 길"이라며 직원들에게 강도 높은 변화를 주문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형식주의와 권위주의 문화가 만연한 한전의 조직문화를 개선하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또한 "우물이 마르기 전에 또 다른 우물을 개발해야 한다"는 말로 조직의 빠른 변화를 진두지휘하고,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산업간 융복합이 활발해질 것에 대비해 투자를 늘리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이 시스템을 갖추고 조직문화를 가볍게 해보자는 차원에서 내세운 SOS, 즉 Soft(유연한 사고), Open(개방적 자세), Speed(신속한 처리)는 경직된 한전의 기업문화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김균섭 한수원 사장의 경영혁신은 공기업 조직개편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이후 주도면밀하게 한수원의 곪았던 환부를 도려냈다. 1만명에 달하는 한수원 직원들이 자고 일어나면 달라져있는 조직체계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최근에는 본사 인력 1220여명 가운데 273명을 각 지역 발전소로 발령내고 기자재 구매를 본사가 통합 수행하게 하는 등 본사-사업소간 전면적인 구조 재편을 단행했다. 또 삼성 임원 등 민간 기업 출신 인사를 창사 이래 최초로 고위직에 영입하며 인적 쇄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사장은 가장 힘든 시기에 '비리 화수분 공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고 지휘봉을 잡았지만 대쪽같은 소신으로 개혁에서 한 걸음씩 더 나아가고 있다.

고정식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대표적인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답게 직원들의 경쟁력 강화를 채찍질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을 딛고 글로벌 자원시장에서 진정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실무역량을 갖춘 인재가 많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초 고 사장은 공사의 기존 3본부를 4본부 체제로 확대 개편했다. 기술연구원을 본부장급으로 격상시켜 연구원장에 CTO(최고기술경영자) 역할을 맡겨 공사의 경쟁력을 세계무대에 걸맞게 한차원 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사업기술처 및 EPCM(설계, 구매, 시공, 관리)실을 신설했다.

차별화된 자체 기술력으로 세계 20위권의 광업메이저 기업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아울러 세계적인 탐사기술 컨설팅 역량을 통해 민간기업의 기술자문을 수행할 전략탐사실을 신설하고 탐사전문업체로 키워 2015년 캐나다 토론토 시장에 상장시킨다는 복안이다.

◆풀어야할 과제는 없나

갈 길 바쁜 빅3가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먼저 새 정부의 '공기업 개혁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 남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낙하산 인사 척결기조에서 얼마나 전문성을 부각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관가 안팎에서는 세사람의 유임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별다른 대안이 없는데다 엘리트 관료 출신으로 이미 다른 공공기관·민간기업에서 치열한 검증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경영정상화가 당면한 문제다. 한전의 부채가 80조원에 이르고 영업을 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현재 구조에서는 해외자원개발 및 발전시장 진출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 '연성 정산상한가격제'등 새 정부서 화두가 될 전력산업구조 개편도 연착륙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수원의 경우 '개혁 피로증'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연일 고강도의 혁신안이 발표되면서 직원들 사이에 "따라잡기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채에 합격해도 신입사원 교육 성적이 저조할 경우 채용을 취소시키는 '신입사원 컷오프' 제도는 노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광물자원공사는 대형화가 과제다. 현재 세계 80위권인 공사의 위상으로는 밖에서 명함을 내밀기 힘들다. 글로벌 20위권으로 도약해야 하는데 자금부담이 만만치 않다. 후발주자인 한국은 경험·인력부족, 기술·자본취약 등으로 메이저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 지난 정부에 이어 새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어느 정도 드라이브를 걸지도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