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희망 꺾는 팍스콘, 채용 중단… "이유는 아이폰 판매 감소·자동화 설비"
2013-02-21 14:21
아주경제 이규진·배인선 기자=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업체(OEM)인 팍스콘이 중국 공장의 신규 인력 채용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가 부진해 생산량이 줄어든데다 각 공장에 자동화 설비를 투입했다는 후문이다. 팍스콘 채용 중단 소식 후 애플의 주가는 2.4% 하락했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팍스콘의 류쿤 대변인은 “당분간 중국 공장 내 채용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팍스콘 관계자에 따르면 적어도 3월 말까지 채용을 중단하겠다는 내부적 방침이 내려진 상태다. 류 대변인은 “올해 춘제 연휴 후 근로자들의 복귀 비율이 90%에 달하고 일부 지역에선 97%에 달하는 등 인력 이탈 비율이 적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T는 중국의 최대 민간 공장인 팍스콘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같이 방침을 보인 것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팍스콘은 춘제 이후 대규모 인력을 채용해왔기 때문에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중국에서 팍스콘 인력은 2009년 80만명에서 지난해 120만명으로 늘어났다. 이달에 채용을 중단한다면 팍스콘 직원 수가 수 만명 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FT는 내다봤다. 팍스콘 직원의 평균 재직 기간이 13개월 미만이기 때문이다.
FT는 이번 채용 중단이 최근 아이폰·아이패드 판매량 감소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채용 중단하기로 발표한 주요 공장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최대 생산라인인 선전 공장이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일하는 직원만 20만명에 달한다. 다른 아이폰 생산라인인 정저우·타이위안·청두 공장 등도 공식적으로 채용을 중단한다고 밝혔었다.
게다가 팍스콘의 모회사인 홍하이 정밀공업의 지난달 실적이 8% 감소했다. 애플의 공급업체인 콴타 컴퓨터 역시 매출이 16% 급감했다. 노무라는 지난 1월 휴가 시즌에 예상외로 아이폰5, 아이패드, 맥북의 수요가 부진했다고 전했다. 팀 쿡 CEO는 지난주 “아이폰 수요가 최고조로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경쟁사인 삼성의 갤럭시의 판매가 늘면서 애플의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고 분석했다. 갤럭시 시리즈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지난해 아이폰의 분기별 점유율은 2위로 전락하기도 했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앤코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4를 1억대 판매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팍스콘이 채용을 중단한 이유가 공장 자동화 설비로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노동자들의 자살과 폭동으로 골치를 않아 온 팍스콘은 최근 들어 생산라인에 속속 로봇을 투입해 근로자 노동을 대체하는 등 공장 자동화 설비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2년초 팍스콘의 모 회사인 대만 훙하이 그룹의 궈타이밍 회장은 3년 내 100만대 로봇 투입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초 궈 회장은 팍스콘 각 공장에 자동화 설비를 가속화할 것을 주문했다. 궈 회장은 각 공장의 근로자 모집 계획에 대해서도 직접 나서서 확인 승인하는 등 각 공장의 인력 채용에 압박을 넣으며 자동화 설비 도입을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