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구정 설계> (4) 김영종 종로구청장 "나는 건축쟁이, 명품종로 밑그림 설계부터 진두지휘"

2013-02-20 17:33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수도 서울의 600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종로구. 행정·업무·상업·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도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고궁은 발길이 닿는 곳곳에 위치했고 가회동 일대에는 옛 한옥이 옹기종기 모였다. 세종로에는 현대식 고층빌딩과 상가들이 자리를 잡았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종로구는 김영종(60) 구청장이 이끈다. 스스로 건축쟁이라 칭하는 김 청장은 미래 명품종로를 완성하기 위해 좁은 골목길에서 문화인프라 그리고 도심개발까지 밑그림 설계를 직접 진두지휘한다.

"올해는 도시 비우기를 역점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어떻게 보면 생소할 수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 우리일상과 무척 밀접합니다. 집을 아름답게 꾸민다고 벽 여기저기에 액자를 걸어 놓을 수 없지 않은가. 거리의 무분별한 신호등, 단속카메라, 가로등, 도로명판 등등 모두가 포함되니까요."



김 청장은 '도시 비우기' 프로젝트가 성숙하면서 품격있는 도시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소개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입간판이 보행공간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전봇대에는 날카로운 철사가 위협적으로 묶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경관이 너무 빼곡하게 채워져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난립된 (공공)시설물의 정비 가이드라인이 담긴 관련조례 개정을 추진한다.

장기적으로 사유지도 정비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대화를 통한 설득전략을 펼친다. 김 청장은 "흉물스럽게 방치된 공간을 찾아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관리하도록 토지주나 건물주와 소통하겠다. 다른 자치구가 사유재산에 적극 간섭하기 꺼리지만 그럴수록 더욱 행정기관은 의지를 갖고 개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역전체가 문화유적지란 점은 종로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문화재가 집중돼 (재)개발 때 많은 제약이 따른다. '보존이냐 개발이냐'란 복합적인 과제가 항시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김 청장은 "도심 한가운데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주거환경이 낙후된 곳도 많다. 특히 종묘와 창덕궁 등 세계문화유산 주변에 사는 구민들은 개발제한으로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일방적 문화유산 보호중심의 규제가 도시 슬럼화와 재산권 침해를 야기한 셈이다.

그럼에도 김 청장은 결국 종로가 나아갈 방향은 '문화종로'라고 요약했다. 당연히 앞서 지적된 단면들은 극복이 선행되는 조건에서다. 이를 실천한 사례가 지난해 7월 복원된 수성동 계곡이다. 조선시대 시인 묵객들이 자주 드나들었다는 수성동 계곡은 겸재 정선의 회화에도 등장한다. 또 같은 시기에 문을 연 '윤동주 문학관'은 현지 방치됐던 가압장과 물탱크를 원형 그대로 살렸다. 최근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부문에서 국무총리상의 영예를 안았다.



"도시텃밭은 녹지와는 달리 농산물이 자라고 익어가는 모양에서 우리에게 자연 그대로 변화하는 조경을 선사합니다. 이웃과 함께하는 공간에서의 수확은 마을공동체 핵심 수단이라 생각됩니다."

종로구는 도심 속 녹색도시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대표적 사업으로 '도시농업'을 든다. 말 그대로 도심 속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것인데 과거 의아해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구민들이 더욱 적극적이다. 다소 삭막하던 동네의 모습이 화사하게 푸른 단장을 한 듯 싶다는 반응이다. 20011년을 '도시농업 활성화 원년의 해'로 정하고 텃밭을 가꿨다. 집 앞의 자투리 땅은 물론이고 옥상에 이르기까지 빈 장소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노력으로 7000여㎡ 면적에 텃밭을 일궜고 부가적으로 묵은 생활쓰레기 약 1000톤이 사라졌다. 서울성곽과 낙산공원 인근에 자리해 '이화마루'란 이름이 붙은 이화동 텃밭은 이곳을 오고 가는 발길이 꼭 들르는 명소로 거듭났다. 덩달아 바로 옆 구멍가게도 꽤 매출이 올랐다고 전해진다. 구는 계절별 향토작물을 식재하는 직영 텃밭을 꾸준하게 늘리고 사직공원 내 국궁전수관 등 공공건물에도 반영키로 했다.



종로구는 언뜻 재정사정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서울 자치구 가운데서 최하위권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다. 청와대, 정부청사 등 공공기관과 문화재, 외교공관이 밀집된 탓에 비과세 또는 감면 대상이 전체 면적의 85% 수준에 달한다.

김 청장은 "상업시설 증가와 도심공동화 심화, 재개발 등 이유로 상주인구가 점차 줄고 있다"면서 "이에 따른 세수감소는 신규 정책을 끌어가는데 있어 예산 확보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에 조정교부금제도 개선의 당위성을 알리며 협조를 구한다.

구정 운영철학을 '사소해 보이는 작은 일들도 꼼꼼히 살펴 세심하게 만들어 가는 것', '작은 것부터 천천히 그러나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밝힌 김 청장은 오늘도 참 좋은 곳 종로를 선보이겠다는 일념으로 미진한 도면을 그려 나간다.

서울산업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한양대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건축사 겸 행정학 박사다. 1972~1983년 서울시 공무원으로 10년 넘게 일하다가 1985년 민간 건축회사에 몸 담는다. 2000년 전후로 정치계에 본격 뛰어들었고 미래도시연구원 대표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