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수렁에 빠진 화섬산업
2013-02-20 15:43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화학섬유 중간원료인 테레프탈산(PTA) 업계가 난국에 빠져 있다. 원료인 파라자일렌(PX) 가격은 치솟는데 수요는 침체돼 있어 원가상승분을 제품값에 반영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로 인해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감산하거나 일부 공장을 멈추는 등 전전긍긍하고 있다.
PX는 정유사가 만든다. PTA 역시 삼성 등 대기업 계열사가 만들지만 가격협상력은 정유사가 우위인 듯하다. PX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PTA 수요업체는 직물업체 등 중소기업이 다수다. PTA 업체들은 이런 중소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그간 가격인상을 자제해왔다고 했다. 그러다 최근 궁여지책으로 원가 반영을 골자로 하는 PX 가격 연동제를 내놨다가 중소기업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PTA가 위기에 빠진 근본 원인은 중국의 대규모 PTA 증설 때문이다. 중국 내 자급력이 높아져 수출길이 좁아진 것. 이는 PX 가격 인상을 부추겼고, 국내 PTA 업체들엔 큰 부담을 안겼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PTA의 설비 경쟁력은 세계적으로 나쁘지 않다"며 "어려운 시기를 참고 견뎌 살아남기 위해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지금의 수급불균형은 수년 전부터 예견돼 왔지만 국내 PTA 업체들은 대응을 제대로 못했다. 대부분이 PTA 단일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심한 편이다.
수급불균형은 단기간 내 해소가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PTA 업체는 어려워도 계속해서 사업 다각화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는 얘기다.
PTA 업체가 중국에 밀려 도태되면 국가의 화학섬유 산업도 후퇴하게 된다. 국내 밸류체인의 동반성장을 위해 PX 업체들의 경우 수출시황만 따라가기보다 내수시장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 전방수요업체들과 PTA 업체 사이에는 바람직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양쪽 모두 조금씩 양보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