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구정 설계> (2)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나는 머슴, 구민이 주인. 현장·소통행정 소신 지킬 것"
2013-02-18 18:27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어느 해보다 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2년반 임기 중 성과를 바탕으로 구민의 행복을 최우선하는 성장도시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조길형(57) 영등포구청장은 올해 행복도시 건설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교육, 복지, 지역경제, 관광, 문화예술, 사람중심 행정, 소통과 화합 등 7개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사업을 수립하고 적극 추진하는 의지를 표하고 있다.
조 청장은 "영등포구는 지난해 서울시 인센티브 사업 중 '교육 지원분야'에서 최우수구로 뽑혔다"며 "명실상부한 서남권의 교육중심으로 우뚝 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을 중학교까지 확대시켜 운영하며 기존 고등학생에게 외국어와 리더십, 자기주도 학습방법 등을 가르쳤는데 더욱 폭 넓은 계층에게 학습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가정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용은 전액 구에서 낸다. 지자체로는 전국에서 최초다.
이와 함께 '교육복지센터'를 열어 경제적 어려움 또는 환경적 이유로 기초학력이 모자란 청소년과 아동들에게 전문가의 심리상담을 제공한다. 우수대학생 1명이 4명의 초·중·고교생을 지도하는 '대학생 멘토링 사업'을 벌여 이들의 학력신장을 돕는다. '여의도 디지털도서관' 등 특성화 도서관을 단계적으로 확충해 점점 다양화· 전문화해지는 구민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조 청장은 복지분야에서 "소외계층이 없는 구정을 만들겠다"면서 "독거노인, 장애인, 노숙자 등은 우리가 보듬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영등포구는 독거노인이 또 다른 독거노인을 돌봐주는 '홀몸 노인 함께살이 사업'을 실시 중이다. 서로 비슷한 처지에 있어 마음을 쉽게 터놓을 수 있다는 취지다.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새로운 대도시형 노인보호 체계로 인정을 받았다. 은퇴 후 제2의 삶을 준비하는 '신(新)노년층'에게 맞춤형 평생교육 서비스를 하는 '시니어 행복발전센터'도 운영 중이다.
발달장애인와 그 가족들을 위한 문화쉼터 '꿈 더하기 지원센터'가 곧 문을 연다. 앞서 영등포구는 5명의 발달장애인을 상시 근로자로 채용하는 등 장애인의 재활에 관심이 많다.
조 청장은 일자리에 대해 "공공·민간부문의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과 전통시장 활성화에 나서겠습니다. 더불어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관광도시를 만들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일자리 확대는 구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소비를 촉진해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게 조 청장의 설명이다. 올 한해 261억원 예산을 들여 6대 분야, 95개 단위사업에 9443개의 고용을 늘릴 방침이다. 어르신 1540명에게 급식도우미, 등하굣길 지도, 은하수 택배(배송 물건을 업체로부터 수령해 각 가정에 전달하는 것) 등 연령과 적성에 맞는 업무가 주어진다.
기존 문래동의 철공소 골목은 예술이 공존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서 예술작가와 동행하며 보고, 듣고, 체험하는 문화관광상품 '올래, 문래'가 도입됐다. 더불어 수륙양용버스 '덕 투어', 한강유람선 사업이 연계된 코스도 검토 중이다.
특히 서울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생활하는 지역 특성상 '다문화가정'과의 소통과 화합을 꾀한다. 기존 여러곳에 분산됐던 외국인지원시설의 기능을 하나로 묶은 종합지원센터가 구축된다. 외국인 가족이나 근로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원-스톱(One-Stop) 서비스'으로 제공해 다문화사회의 연착륙을 위한 롤 모델(Roll Model)이 되겠다는 것이다.
조 청장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경부선 철도 지하화'를 들었다. 경부선 철도는 영등포구와 철로가 접한 인근 7개 자치구를 두 개로 양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음, 교통, 지역개발 등이 고질적인 문제로 해결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구로구, 동작구, 안양시 등 7개 자치구와 협약을 맺고 경부선 지하화 추진 상설협의회를 구성해 타당성 용역조사를 거쳐 정부에 국책사업으로 선정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그간 영등포구가 거둔 정책적인 결실은 무척 다양하다. 2010년 '서울형 그물망 복지' 최우수구 등 15개 분야에서 우수성과를, 2011년에는 보건복지부가 벌인 '복지사각지대발굴' 및 '보건사업평가'에서 우수상을 비롯해 약 30개의 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노인상담사 케어링사업'을 펼쳐 차별화된 복지정책으로 대한노인회 복지대상에 선정됐다. 전 직원이 참여하는 '청렴방송', 부당한 청탁을 내부 전산망에 올리는 '청탁등록 시스템', 구민이 관급공사를 직접 점검하는 '구민감사 옴부즈맨' 등 공직자의 '반부패, 청렴'에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취임 초부터 변함없이 지켜온 소신은 바로 현장행정과 소통행정 두 가지입니다. 구민이 원하는 것은 현장에 나가봐야 알 수가 있고 무엇을 그리고 얼마나 불편한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 청장은 하루 일정의 대부분을 동네를 다니는데 보낸다.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는 밤 늦게라도 꼭 찾아본다. 그렇다보니 구성원들은 24시간 대기상태다. 퇴근 이후에도 호출이 떨어지면 즉각 뛰어와야 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이제 국·과장, 말단 직원까지 솔선수범해 동네 곳곳을 누비면서 구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앞서 2010년의 일이다. 추석 연휴 첫날 서울에 256㎜ 규모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조 청장은 전 직원에게 즉시 출근을 지시하면서 본인도 옷을 차려 입었다. 집무실 대신 호우범람이 우려되는 집을 방문해 늦은 밤까지 안전한지 살폈다. 빗물펌프장에서 숨죽여 수위를 지켜보는 한편 비상근무에 나선 환경미화원을 찾아 위로했다. 이런 노력으로 재해에 따른 복구작업은 신속하게 이뤄졌고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조 청장은 "취임 초기 200여명의 민원인이 몰려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직원들은 관행대로 구청사 진입을 막는 셔터를 내린 후 경찰지원을 요청했다. 그 상황을 보고서 '구민이 구청에 오는 것을 왜 막느냐'며 화를 냈었다"고 회상했다.
구청장실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 열린행정에 대한 실천이다. 구민이 주인이고, 청장은 머슴이라고 평소 말한다. 과거 까다로운 행정절차로 불신의 골이 깊었다는 것이다. 당시에 성난 구민들은 조 청장이 공식 사과한 뒤 자발적으로 돌아갔다고 전해진다.
연장선에서 모든 주민센터의 동장실을 '주민사랑방'으로 개조, 구민들을 위한 만남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대신 동장의 자리는 민원실로 옮겼다. 구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이 같은 '찾아가는 현장 서비스제'는 서울시의 2012년 하반기 민원서비스 MVP로 선정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조 청장은 "나는 영등포에서 30년을 넘게 살아 이곳의 모든 구민이 이웃과 같다. 아무리 첨예한 사안이라도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가지면 해결하지 못할 것은 없다"고 했다. 이어 본인이 희망하는 영등포구는 '사람 냄새 나는 살기 좋은 곳'이라고 밝혔다.
이런 자신의 바람이 실천될 수 있도록 직원들은 청렴한 공직자상을 정립하는 동시에 구민들은 올바른 구정상을 제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라남도 영광 출신인 조 청장은 성지고교를 나와 호원대 법경찰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신길5동 자율방범대 고문, 민주당 영등포을 지구당 부위원장을 비롯해 영등포구 지체장인협회 고문, 정책포럼 수석부회장 등을 역임한 지역발전의 참 일꾼으로 통한다. 영등포구에서 내리 4선의 기초의원에 뽑힌 저력을 바탕으로 민선 5기 구청장에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