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3주 앞으로 다가온 시퀘스터(연방정부 자동 예산 삭감)...정치권 ‘서로 네 탓’ 공방만

2013-02-11 16:03

아주경제 송지영 기자=3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시퀘스터(sequester), 이른바 연방정부 자동 예산 삭감으로 미국 정치권이 분주하지만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내에 미국 정치권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당장 850억 달러 규모로 국방 및 비국방 부문에서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 총 자동 감축 규모는 앞으로 10년간 1조2000억 달러다.

이러한 결과는 수년간의 침체기를 가까스로 극복하기 시작한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주례 연설에서 “시퀘스터가 현실화되면 국토안보, 복지, 소방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인력이 감축되고 업무가 마비된다”며 “정치권이 일부에게 주어지는 세제 혜택을 없애는 등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아 중산층과 서민들이 고통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공세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주 시퀘스터 시행 시기를 서너 달 연기하고 일부 지출 삭감과 세수 확보 등을 골자로 한 단기 처방 안을 제안했지만, 야당인 공화당은 반대하고 있다.

의견차이에도 여야 양당 의원들은 '시퀘스터로 경제가 영향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다. 공화당의 재정적자 감축 논의‘파이터(fighter)’라 할 수 있는 에릭 캔터(버지니아) 하원대표와 딕 더빈(민주, 일리노이) 상원의원은 10일(현지시간) NBC 방송의 ‘밋 더 프레스’에 각각 다른 시간에 출연해 “3월 1일로 예정된 시퀘스터가 일어나면 절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해법은 달랐다.

캔터 대표는 다른 공화당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세금 인상 없이 연방정부 재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캔터 의원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세금 인상을 원하지만, 석 달마다 세금을 올릴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초 재정절벽 법안에 합의해 주면서 연간 35만 달러 이상 소득 가구에 대해 세율을 39.6%로 인상한 안에 동의했으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더빈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주장하듯 세제 개혁을 통해 추가 세수 및 재정절감을 확보할 수 있고 경제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퀘스터에 따른 충격이 상대방 때문이라는 주장도 잊지 않았다. 캔터 대표는 “우리는 지금도 오바마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그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시퀘스터 위기가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빈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시퀘스터를 제안했다고 공화당은 말하지만, 이는 협상과 문제를 풀기 위한 유인책으로 말한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시퀘스터는 지난 2011년 7월 정부부채 상한 증액 협상 때 백악관이 제안해 양당이 합의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보수 칼럼니스트 챨스 크라우트해머는 최근 칼럼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자충수로 자기 발목을 잡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며 “국방 예산을 감축하자고 하면 협상에서 공화당이 크게 양보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공화당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이를 받아들였고 결국 시퀘스터가 초래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칼럼은 존 베이너(공화) 하원의장 등이 공사석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상세히 소개, 지금 미 정치권 공방의 소재가 됐다.

시퀘스터가 실제 발생하면 어느 당이 더 큰 피해를 볼지에 대한 계산에 따라 양당의 대처 방식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내셔널 저널은 이날 각 당 의원들에 관한 여론조사를 분석해 “시퀘스터가 일어나면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무려 50%가 생각하는 반면, 공화당 의원 중 민주당이 더 큰 피해라고 답한 비율은 19%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백악관이나 민주당 쪽에서 더 적극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화당은 지난 대선에서 대패한 이후 국민 여론 동향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므로 결국 무릎을 꿇을 것이라는 민주당의 계산이 이번 협상에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반면, 크라우트해머는 “재정절벽 협상 때는 민주당이 주도권을 잡았지만, 이번 협상에서 공화당은 가만히 있으면 될 것”이라고 상반된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