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억 교비횡령 ‘사학재벌’ 석방 논란…수사 중 풀어줘
2013-02-11 12:26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1004억원대의 교비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75)씨와 대학 총장 등 공범 3명이 지난 6일과 8일 무더기 보석으로 풀려났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보석 사유에 대해 "건강악화로 심장 혈관 확장 시술인 스텐트 삽입이 필요한데다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주거가 일정하다"며 이 씨를 풀어줬다. 지난해 11월 30일 구속된 지 69일 만에 석방됐다.
이 씨와 함께 교비횡령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법인기획실 책임자 한모(52)씨와 서남대 총장 김모(58)씨, 신경대 총장 송모(58)씨 등 3명도 보석으로 풀려났다.
법원이 사상 최대 규모의 사학비리를 저지른 이 씨를 풀어줌으로써 이를 둘러싼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120억원의 현금 사용처를 밝히기 위해 수감된 이 씨를 상대로 출장 조사를 시도했지만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아 관련 수사가 전혀 진척되지 못한 상황에서 석방되자 망연자실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현금 사용처 증거 조작을 시도한 이 씨가 풀려난 뒤 증거 조작과 증인 회유·협박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아 수사차질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횡령의 경우 통상 피해 변상이 되지 않고서는 보석이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석방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목소리가 법조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법원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이 씨를 석방했지만 이를 두고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굳이 혈관확장시술을 받게 해줄 목적이었다면 보석 대신 입원 기간 구속 집행 정지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이 씨와 같은 심장병 수술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기각한 바 있다며 이를 근거로 보석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건강상 이유로 석방한 이 씨와 함께 대학 총장과 법인 기획실 책임자 등 공범까지 한꺼번에 풀어줬다는 부분도 상당한 논란거리다.
검찰 관계자는 이 씨 석방과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석방이 돼 허탈할 뿐"이라며 "결자해지 차원에서 법원이 보석취소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씨의 보석 석방에 시민단체를 비롯한 각계의 반발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광주·전남 진보연대는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전국적인 사학 비리의 대명사인 이홍하씨에 대한 법원의 보석 허가는 중대한 범죄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진보연대는 "이 씨는 구치소 CCTV에 팔굽혀펴기를 꾸준히 하는 모습이 찍혔고, 얼마 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같은 보석을 신청했다 불허된 바가 있어 법원의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법원의 논리 역시 이홍하가 검찰 조사를 5차례나 거부하고 현금사용처 증거 조작을 시도해 이 역시 궁색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특히 "현재 서남대를 비롯한 이홍하의 비리로 피해를 본 학교의 구성원들이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시점에서 법원의 이번 보석 허가는 학교정상화의 노력에 찬물을 끼 얻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서남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도 "이씨는 10년 넘게 학생들의 교육정상화에 대한 열망을 묵살해온 장본인이자 작금의 사태를 초래한 가장 큰 가해자"라면서 "피해자들의 목을 여전히 죄고 있는 상황에서 (보석허가는)누구를 위한 정의이고, 법적절차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그동안 이 씨는 형량확정과 집행유예, 사면복권이 반복되면서 온갖 전횡으로 학교를 부실대학으로 전락시켰다"며 "보석허가는 재판부가 범죄를 방조하는 것이며 상식의 수준을 저버린 검은 세력과의 야합"이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남 광양과 전북, 경기 등지에 있는 4개 대학 교비 898억원과 자신이 설립해 운영해온 건설회사 자금 106억원 등 100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씨는 1998년에도 교비 40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는 등 사학비리 혐의로 몇 차례 수사를 받거나 구속돼 풀려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