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리베이트 단절…대형 제약사 '안도' 중소 제약사 '막막'

2013-02-06 17:00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의사협회가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선언하면서 제약업계의 마케팅 방향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리베이트의 규모와 제공 여부가 제약사의 재정과 정책수립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의학회는 특정 제약사의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직·간접적으로 제공받는 금품인 리베이트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의사협회는 의사 8만 5000명, 의학회는 140여개 의료 관련 학회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거대 단체다.

최근 5년 간 보건복지부와 감사원 등 6개 조사기관에 리베이트 제공으로 적발된 업체는 341곳,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조사된 의·약사는 총 2만 3092명이었다.

연초에는 업계 1위 동아제약이 수십억원 대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영업총괄 임원과 임직원이 구속 및 불구속 기소된 데 이어, 최근에는 CJ제일제당 등 3개 업체가 45억 규모의 리베이트를 조성해 260여명의 의사들에게 제공한 혐의까지 적발됐다.

지난달 28일에는 환자단체와 시민단체까지 나서 의약품 리베이트 환급과 관련한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1년 기준으로 약 20조원이며 이중 2007~2011년 보건복지부와 감사원 등 6개 조사기관에서 적발한 불법 리베이트 규모는 1조 1418억원에 달한다.

전체 의약품 시장의 5%가 이상이 제약사의 신약개발이나 의료기술 발전과는 무관한 용도로 사라진 셈이다.

대형 제약사는 수십억원 이상의 리베이트 및 판공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면 신제품 개발과 연구개발(R&D) 투자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간 리베이트 제공을 통한 의료계와의 유착으로 실추됐던 이미지와 불신까지 해소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약사회 등이 의료체계 개편을 위해 주장했던 성분명 처방 등에 대한 논의에서도 당분간 자유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제약사들은 처방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오리지널 및 코마케팅 제품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 증권사가 내놓은 제약산업 보고서에서 대웅제약·한미약품·종근당 등 상위 제약사들은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며 시장 지배력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리베이트 제공으로 이른바 '퍼센트' 영업을 진행해왔던 중소제약사들은 고난의 시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중소제약사 영업사원은 "연초부터 리베이트 관련 이슈가 불거지면서 의사들과의 만남이 쉽지 않았는데 의협 발표 이후에는 병원에서 출입자체도 막고 있어 제대로 된 영업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또 한 중소제약사 임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잘못된 리베이트 관행은 분명 수정돼야 하나 대형 제약사들에 비해 제품으로 차별화를 꾀하기 힘든 상황에서 영업활동까지 제약을 받게 돼 중소제약사들의 고충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