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동네도 별 수 없네’…강남 초고가 아파트 줄줄이 경매
2013-02-03 22:55
타워팰리스 낙찰가율 60%대, 올해 들어 세 번째 저가 낙찰<br/>작년 취득세 감면 종료 여파…응찰자 줄고 저가 낙찰 속출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부자 동네’로 불리는 서울 강남 지역의 초고가 아파트들이 헐값에 경매시장에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부자 아파트로 꼽혀온 타워팰리스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저가 낙찰됐다.
3일 경매정보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2차 전용 163㎡ 아파트가 낙찰가율 64.65%에 11억9610만원에 팔렸다. 같은달 22일 도곡동 타워팰리스3차 전용면적 163㎡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6억원에 낙찰됐다. 최초 감정가는 25억원이었지만 두 차례 유찰된 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66.31%에 팔렸다.
지난달 9일에도 타워팰리스1차 전용 174㎡가 18억66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66.64%로 최초 감정가 28억원에 비하면 10억원 이상 떨어진 금액이다. 하루전날인 8일 경매장에 나온 서초구 롯데캐슬스파 전용 194.51㎡ 물건은 낙찰가율 61%인 10억원에 팔렸다.
경매시장에서 초고가 아파트들이 줄줄이 헐값에 팔리는 것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 탓이다. NK중개법인 김남회 대표는 “자영업자들이 많은 강남권 고가아파트들은 집을 담보로 금융권 빚을 끌어다 쓰는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다보니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더구나 취득세 감면이 종료되면서 초고가 아파트 경매에 참가하는 사람이 크게 줄어 저가 낙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초고가 아파트는 취득세 역시 주거용 아파트들 보다 높다”며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늘어난 취득세를 감안해 응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10대책이 나온 후 9월 25일부터 지난 연말까지 9억원 초과 주택은 취득세가 4%→2%, 9억원 이하는 2%→1%로 감면됐었다. 하지만 감면방안이 종료되면서 다시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응찰자 수가 줄어들면서 낙찰가율도 바닥을 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월별 낙찰가율을 보면 도곡동이 66.11%, 삼성동 64.2%, 대치동 73.21% 등 전월 대비 4~8%포인트 하락했다.
이달과 다음 달에 경매가 진행되는 초고가 아파트 중에서도 2회 이상 유찰되면서 최저가가 감정가 대비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물건도 있다. 오는 14일 서울중앙지법 경매8계에서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244㎡가 감정가의 64%인 19억2000만원에 경매된다. 이미 두차례 유찰된 물건이다.
20일 서울중앙지법 경매6계에는 2회 유찰된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222㎡가 감정가의 64%인 21억1200만원에 경매에 붙여진다. 다음달 5일 서울중앙지법 경매21계에도 서초동 더미켈란 전용 244㎡가 3회 유찰돼 감정가의 51.2%인 15억3600만원부터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투자를 할 계획이라면 지금이 적기라고 보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강남의 초고가 아파트들은 저가에 낙찰받을 수 있다면 향후 경기 회복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워낙 고가여서 지금 같은 불황기에는 매수에 나설 투자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