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 전쟁 시대'…현대차가 찾은 해법은?

2013-01-24 17:54

아주경제 윤태구 기자=한국 경제가 ‘글로벌 환율전쟁’이라는 강력한 위험에 직면하며 국내 자동차 산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미국과 유로존에 이어 일본까지 노골적인 엔저정책으로 글로벌 환율전쟁에 기름을 끼얹으며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 엔화 대비 자국 화폐 가치를 절상시키고 있다.

특히 국내 자동차 산업은 해외 매출 의존도가 높은데 원·달러 환율 하락세에 이어 엔화 약세까지 이어져 주름살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4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8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환율 변동 등의 요인으로 상반기 보다 하반기 실적이 주춤해져 결국 예년보다 성장세가 둔화됐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2조719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0.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1.7% 감소했다.

이같은 현대차의 4분기 실적 악화는 급격한 환율 변동에 기인한다.

원화 강세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출 차량의 원가 경쟁력이 악화된 데다 엔화 약세로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현대차는 해외 생산 비중이 50%를 넘지만 국내 생산량의 64.6%를 수출하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지면 수익성이 악화된다.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원화 가치 상승)하면 현대차는 2조원 이상 매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완성차 업체의 실적이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1·2차 협력업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직접 일본 등 해외로 부품을 수출하는 중소 부품업체의 실적 악화도 연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원고-엔저 지속시 일본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 감소로 부품·소재산업 위축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장기간 엔고 상황에 해외 생산 및 부품 해외 조달 확대 등으로 대응한 결과 자국 내 산업 공동화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도요타, 혼다 등 일본의 주요 완성차업체의 국내 생산 비중은 20%대까지 추락했을 뿐 아니라 생산 물량도 크게 감소했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 올 한해 내실 다지기에 힘을 쏟는다.

특히 원가구조 개선과 내수 시장 강화를 위한 수입차 대응, 대고객 서비스 강화가 해법이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평균 1127원에서 올해 1056원 정도로 원화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 본부장은 “현재 환율리스크에 많은 대비를 해놓은 상태”라며 “원화강세가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해 수익성 유지를 위한 원가구조 개선, 불필요한 지출 축소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공장 생산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왔고, 앞으로고 계속해서 늘릴 계획”이라면서 “또한 환헤지를 통해 원화강세의 리스크를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엔화약세에 따른 일본차 브랜드의 공격에 대해서도 대비 태세를 취한다.

그는 “올해 연평균 달러·엔 환율은 83.9엔을 전망하며 100엔 수준까지 엔화약세가 진행되진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호주와 러시아 등에서의 일본 업체의 공세는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기존에 국내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은 미국에서 차를 들여왔는데 원·엔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일본산 수입하고 공격적인 가격인하 역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부사장은 “내수 시장에서의 수입차 공세를 방어하기 위해 내수 시장에 특화된 사양을 개발하고 일본 수입차와 경쟁할 수 있는 라인업도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입차의 내수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응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이 부사장은 “아반떼 디젤 라인업을 추가하고 유로패키지 역시 추가해 2000cc 이하 디젤 시장을 잡을 것”이라며 “가격 경쟁력 악화를 대비해 지표를 개발, 체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입차와의 비교 시승회를 확대해 현대차의 성능을 알리고 수입차 공략 특화 거점을 확대할 것”이라며 “고급차 판매 전문가인 카마스터를 200명 정도 육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현대차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유럽지역에서 현지 전략형 모델들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4월 싼타페 롱바디에 이어 8월에는 ix35, 하반기에 신형 i10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 연비 과장표시 사태와 관련해선 대당 82달러를 적용해 총 33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4분기 2400억원을 충당금으로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