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 김연경, 흥국생명과 협상 결렬…국외 활약 제동 걸리나
2013-01-22 17:10
배구 여제 김연경, 흥국생명과 협상 결렬…국외 활약 제동 걸리나
아주경제 박초롱 기자=터키 여자배구리그에서 활약 중인 김연경(25)과 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22일 흥국생명은 “지난 21일까지 국외진출과 관련한 계약을 체결해야 했지만 김연경의 일방적 주장으로 기한 내 계약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흥국생명 권광영 단장이 지난 18일 터키로 건너가 김연경과 협상을 벌였으나 이들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협상 결렬과 관련한 흥국생명 측의 주장은 이렇다.
김연경이 이메일을 통해 ‘흥국생명과의 계약은 올해 6월 30일 종료되도록 작성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협상에서도 이를 굽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김연경이 현재 뛰고 있는 페네르바체는 ‘유럽에는 포스팅 제도가 없다’며 흥국생명이 제안한 이적료를 거부하고 ‘연봉의 5~7% 수준’을 고집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김연경과 흥국생명의 갈등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에 대한 견해차에서 시작됐다.
프로배구 연맹 규정상 구단 입단 후 6년이 지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4년을 뛰고 임대로 일본 JT 마블라스에서 2년,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1년을 뛰었다.
김연경은 총 7년을 흥국생명 소속으로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FA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 개별 에이전트를 통해 페네르바체와 재계약을 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임대로 뛴 기간은 6년 기준에서 제외된다며 “FA 신분을 얻지 못한 소속 선수가 독자적으로 외국 구단과 계약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연경이 국외 리그에서 활동하려면 국제이적동의서(ITC)가 필요하다.
대한배구협회는 ‘선수로서의 해외취업은 국제배구연맹 국제이적동의 규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제배구연맹(FIVB) 규정은 ‘이적 시 해당 선수가 현재 소속되어 있는 구단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소속 기간이 만료되면 협회가 이적 동의를 하게 된다.
국제연맹은 “김연경은 흥국생명의 임대 선수”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상태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기만 하자 정치권은 지난해 10월 김연경에게 ITC를 발급하되 3개월 이내에 김연경이 흥국생명 소속 선수로 페네르바체와 임대 계약을 체결하라는 안을 냈다.
여기에는 ‘조속히 FA 관련 규정을 보완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대한배구협회는 김연경과 흥국생명에 공문을 보내 “위 결과는 중재안이 아닌 결정사항”이라며 “김연경이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2013-2014시즌 ITC 발급을 불허한다”고 못 박기도 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김연경과 구단은 합의를 보지 못했다.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 역시 여자부의 FA 규정 개정과 관련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 정치권의 결정 사항 중 어느 것 하나도 충족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김연경은 FA 선수도 아니고 흥국생명 소속의 임대 선수도 아닌 어정쩡한 신분이 돼 버리면서 당장 국외 활동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김연경은 앞서 이메일을 통해 “흥국생명의 불합리한 제안으로 기간 내에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대한배구협회가 이를 고려해 피해가 없도록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