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부동산 핫이슈> ⑥ '월세 시대' 도래하나
2013-01-10 16:50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1.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전용면적 59㎡짜리 아파트를 전세 놓고 있던 자영업자 이모(53)씨. 이달 초 이 아파트 전세 계약기간이 끝나자 보증금 4000만원에 매달 100만원씩 받는 월세로 전환했다. 저금리 영향으로 2억2000만원 가량인 전세 보증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은 데다 사업도 신통치 않아 월세를 받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2.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전용 59㎡)에 전세로 살고 있는 주부 심모(37)씨는 얼마 전 전세 보증금을 3억원에서 3억800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통보를 받고 근처 월세를 알아보고 있다. 당장 8000만원이라는 목돈을 마련하기 힘들뿐더러 자녀 교육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전세 중심의 임대시장 구조가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저금리와 전셋값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서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세입자들은 갈수록 비싸지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저금리 기조 속에 안정적 임대수익을 얻으려는 집주인들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전셋값 상승과 집값 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전셋값 급등에 월세 전환 가속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요즘 재계약을 하거나 새 임차인을 찾아 나온 임대 물건의 상당수는 월세 또는 '반전세'다.
반전세란 오른 전세금만큼 월세로 내는 것을 말한다. 지난 2년여간 전셋값이 급등하다보니 인상된 전세금을 보증부 월세 방식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재건축 이주 수요가 대거 몰려있는 서울 강남권 지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경남 아파트 전용 73㎡의 경우 지난해 말 2억6000만~2억8000만원 선에 전세가 거래됐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3억원 선으로 2000만~4000만원 가량 올랐다. 같은 단지 전용 131㎡도 전셋값이 5억원에서 6억원선으로 1억원 가량 뛰었다.
반포동 M공인 직원은 “비수기이긴 하지만 중소형의 경우 값이 비싸도 나오는 대로 전세 거래가 이뤄진다”고 전했다.
송파구 가락동 쌍용1차아파트는 전용 59㎡와 84㎡가 각각 3억원, 3억5000만원 선에 전세 시세를 형성했다. 2개월 전보다 각각 3000만원 가량 오른 것이다.
전셋값이 비싸고 있는 물건도 귀하다보니 월세 전환 사례가 늘고 있다.
대치동 대신공인 관계자는 “그나마 나와 있는 전세 물건도 집주인이 월세로 전환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재계약 때 반전세로 계약하거나 아예 월세 물건을 찾는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서초구 반포동 한신1차(790가구)·잠원동 대림(637가구)·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6600가구) 등 1만가구가 넘는 재건축 이주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올해 서울·수도권 입주 물량이 처음으로 10만가구 이하로 예상되는 등 주택 공급 부족이 예견돼 있어 전셋값 상승 및 월세 전환 증가는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세난 가중 우려… 맞춤 대책 준비해야
통계를 살펴봐도 임대주택의 월세 전환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국내 임대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월에만 해도 전세 거래량은 78%(2만8930건), 월세는 22%(7957건)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에는 전세가 73.5%(4만1400건)로 4.5%포인트 줄고 월세가 26.5%(1만4900건)로 4.5%포인트 늘었다.
서울시의 ‘점유 형태별 주택현황을 봐도 전세가구는 2000년 127만1330가구에서 2010년 115만2714가구로 10년만에 11만8616가구 줄었다. 반면 월세(보증부·무보증·사글세 포함)는 같은 기간 50만2623가구에서 86만2870가구로 36만247가구 늘었다.
적절한 주택 공급과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월세의 증가는 전세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수급 불균형으로 집주인이 우위를 차지하면서 월세가 늘어나고 있다”며 “월세 증가와 전세 감소는 전셋값 상승세를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기적으로 임대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불가피한 만큼 월세입자를 위한 정부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전세에 국한돼 있는 정부 정책이 월세 증가에 대비한 ‘맞춤형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월세 중심으로 주택 바우처(자금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임대사업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